신께서 주신 것 점 하나까지 바친다, 에세이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지인이 하던 말이 있다.
세월이 빨리 흘러 나이 들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분의 그때 나이가 40 중반이었던 것 같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지금 나이에 죽음을 생각할까 하고,
그분은 지독히 열심히 살았다.
부족한 삶도 아님에도 어쩜 저렇게 살까 싶었다.
해외라고는 남편이 유학 가 있는 동안 함께 가서 뒷바라지한 것뿐이다
그녀의 삶은 오직 가족을 위한 삶이었다.
남편의 입신양명,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누군들 그러하지 않았으랴, 나도 그리하였고 모두 같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유독 그녀는 자신의 가정을 세우는데 집착하였다.
그것 말고는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또한 재물을 모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다. 오로지 부를 축적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지상 과제인 것처럼 살았다.
적어도 옆에서 지켜본 나의 눈에는 그러하였다.
그녀가 한 갖은 노력이란 아끼는 것, 마른땅에 물 고인다라고 하는 마음,
흘리는 것 없고, 버리는 것 없이 비싼 옷도 사치도 하지 않았다.
문화생활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방문하게 되면 TV앞에서 주식장을 보고 있었다.
어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주식상황을 보는 것이었다.
100만 원으로 한다고 하였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는 믿지 않는다. 그녀의 진실같이 말하는 거짓말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머리가 좋았다면 나의 머리도 한 머리 한다.
그리고 그녀가 재물을 모으는 방법은 아끼는 것 말고 또 있었다.
가장 핵심이다. 그녀의 아끼고 절약하고 안 쓰는 버릇은
어쩜 유전적 DNA였는지 모른다.
깡촌같은 시골에서 태어나 머리가 좋아 도시의 명문여자고등학교에 다녔으나
대학은 가지 못하였다.
고등학교 내내 도시의 언니집에서 더부살이하였으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도 없이 대단한 명문여고 출신임에도 바로 결혼했다
시골집 이웃마을에 사는 시골부자의 아들에게 시집갔다.
당연히 시댁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다른 자녀에게 주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썼다.
가족들의 사주를 물어보고 그에 맞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쉬운 사람이다, 아니다 등을 알아보고 그에 따른 처신을 하였다
이간질도 스스럼없이 하였다. 보이는 얼굴은 가면을 쓰고 살았다.
가면 뒤의 얼굴은 온갖 계략과 머리를 굴리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목표를 위해 긴 시간 동안 시부모가 다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하였다.
그녀의 선행과 선한듯한 칭찬은 모두 가면 뒤의 모습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그 목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였다.
과연 그녀의 인생에서 타인에게 진실한 모습은 있긴 있었을까
어쨌든 그녀는 기막히게 사람을 속이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뜻을 이루어 자녀들을 유학시키고 의대 교수로 만들었다.
남편도 차관급으로 만들었다. 그 공은 매우 크다. 인정한다.
원하였던 대로 부모의 재산을 다 물려받았다.
한평생이 걸린 치밀한 계획을 치열하게 수행하여 뜻을 이루어냈다.
왜, 시간이 빨리 지나고 빨리 나이 들어 죽기를 원했을까
생각해 보니 자신의 행동을 자신은 알았기에 그 죄의 사함을 준비하였을 것이다
마지막 봉사 선행은 입으로 독을 쏘고, 자신 때문에 빼앗긴 자에게 한 것이 아니라,
하늘에 죄 사함을 위한 것이었다. 그 조차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그녀에게 진실함은 무엇이었을까. 가식의 얼굴, 가면을 쓴 얼굴
언젠가 만나서 물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병원이라도 차려주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이해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과는 없었다.
오직 자신의 가족을 위하여 그리 하였단다.
그녀는 원하던 대로 일찍 죽었다.
그녀는 소기의 목적을, 아니 최대의 인생 목적을 달성하였다.
자신의 가족은 아무도 그녀가 행한 일을 모른다.
가면 속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성공한 인생 연출가였다.
며칠 전 이웃 블로그 작가(단편을 창작하는 분이다.)
올린 글을 읽었다
그분이 올린 글에 시간 여행을 하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였다.
순수창작을 지향하는 분이다
그 글을 읽고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시작이 있었으니
끝남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삶을 열심히 열렬히 살았으니 되돌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돌아간다고 신이 만든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또다시 자식을 살리려고 했던 그때로 그 치열한 삶과 고통과 눈물의 날을
반복할 수 없기에 나는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했으면 되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신 분이 점 하나까지 거두어 가시길, 하는 것이 진정한 내 마음이다.
출생과 쌍둥이인 죽음의 열차는 이미 플렛홈을 떠났기에 되돌아갈 수없다.
#플랫폼 #죽음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