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림헌 Jun 15. 2024

#12, 병명이 나왔다.

재생불량성 빈혈. 

세 번의 협진이 있었다.

아동전문병원은 말 그대로 아동에게 발생하는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2차 병원이다.

종합 대학병원 혈액분야의 고명하신 분들이 직접 오셔서 골수검사를 시행하셨다. 

소위말하면 3차 병원 중에서도 최상위 병원인 것이다. 세 번의 골수검사.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담당의사가(과장님) 결정을 내리고 동의를 구했다.

당연히 형식적이다 척추에서 골수를 뽑아내는 수술이니 동의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절차수순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 전적으로 옳다.


남편은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고 나는 그럴수록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대처했다.

속으로는 살이 떨리고 온몸과 머리와 장들까지 뒤틀렸고 흔들렸다.

그러나 나는 담담한 척 강하다. 엄마니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편은 담당의사와 면담 한 번하지 않았다. 간호사나 의사 선생님도 눈치는 채셨는지 그리 보였는지

나에게만 모든 것을 상의하고 말했다.


남편도 회피하고 시댁에서는 아예 그 이후 아는 척도 물어보지도 병원비가 얼마 드는지 어떻게

하는지 일부러 피하는지 그냥 모른척하기로 한 것인지 한마디도 없었다.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니 골수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분야의 전문의와 박사님들과 

협진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타 병원에서 모셔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원이 아동병원이라 아이들에 대해서는 전문병원이다

그리고 감염이 염려되니 타 병원으로 이송은 할 수없다고 하였다.

당연히 형편을 아는 의사와 병원의 배려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골수검사를 하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오셨다. 골수검사는 세 차례에 걸쳐하였다.

첫 번째 골수검사 때는 간호사가 무균실에서 나와 몇 번이나 나를 찾았다.

내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와서 알려주셨다.

아기가 마취가 안된단다 아기라서 마취제투약도 정도를 올릴 수 없단다.

그렇게 연락병처럼 간호사가 들락거리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결국은 S대 박사님께서 결정을 내렸었다. 아이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마취가 안되니

일단 국소 마치도 병행하신단다. 병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마취를 해놓으니 헤롱거린단다. 술 취한 듯 웃으며 해 롱 된단다.

검사하시는 분들 심각한 상황임에도 아이를 보면 웃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했다

나중에 말씀하셨다. 그 이후 간호사분들이 아이를 정말 이뻐했다.

나는 보지 못하였으니 아마도 우리 집 거실소파에 앉혀두고 사진을 찍을 때 웃는 모습이 나왔던 

모양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 참 귀엽고 밝고 예쁘다.


그런 검사를 대학병원의 소아혈액암전문의와 박사님들께서 차례로 오셔서 하셨다.

골수채취한 것은 가져가서 의과대학의 검사실에서 진행하였다.

그런 검사가 3차례나 진행되었다. 날자의 틈을 두고 아이가 그 무서움을 잊을만하면

오셔서 골수를 채취하고  또 잊을 만하면 오셔서 채취하고 아이나 나나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다

돈은 또 얼마나 들었는 어떻게 병원비를 감당하였을까

그사이 나는 여러 번 쓰러졌다. 그렇게 피를 뽑아내는데 어떻게 건강하겠는가.

의사는 괜찮다고 성인은 1 달이면 혈액을 재생산한단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어머니 한다.

틀렸어도 할 수없다 그래도 했을 것이니


결론은 돈 잡아먹는 귀신병인 원인은 가능성이 있으니 치료하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병명이 너무 길고 해서 의학적 병명을 모른다. 당시에는 그냥 쉽게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거기가 거기다. 혈액을 못 만든다는 것이고 적혈구, 백혈구, 헤모글로빈, 혈소판 기타 등등이 

생산 안되고 부족하고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의사 선생님들께서 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셨으리라.

정신없는 내가 정신 붙들고 아이와 직장생활에 매달린 것이 안쓰러워 배려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다. 조금의 희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의료명 앞에 hypo가 붙은 것이다

좋은 것이라고 하였다. 모른다 지금도 모른다 인터넷검색도 할 필요 없다.

골수의 줄기세포에서 혈액생산을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차피 걸린 병이라면 치료방법들이 있다. 돈이 많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의료보험 혜택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의 원인 파악이 되었고 치료약도 거의 개발되었다


그래서 나의 사랑하는 아이는 몰모트역할을 잘 해내었다. 참 우스운 말이다.

역시 방법은 전과 동일, 성장촉진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복도에서 아이가 무균실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동안 아이의 비명을 들으며 

기도했다. 아이를 살려달라고 신께 매달렸다.

살면서 그렇게 간절히 신을 찾은 것이 몇 번이나 될까


역시 혼자였다. 어머니는 집에 계시고, 남편은 시댁의 편이고 큰아이는 못 본 지가 제법 되었다.

둘째 고모님 댁(시누이)에 맡겨졌다. 고마운 둘째 시누이는 정이 많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잘 웃는 아이가 반갑고 좋았는가 보았다. 조카들도 큰아이를 너무 좋아하였다.


이 녀석 이러다가 지 엄마가 누군지 잊어버릴까 걱정했다.

나와 아이의 투병생활은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잘 이겨내고 있었다.

#재생불량성 #협진 #진공흡입기 #골수검사 #희망적 


작가의 이전글 #11, 검사의 나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