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 - 어른을 위한 동화
햇살이 가득히 들어와 따뜻하고 나른한 오후.
한지로 된 격자창으로 들어온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련한 듯한 햇살이 방바닥에서 보석을 뿌려놓은 듯 일렁인다.
바느질을 하던 마님 곁에서 잠들어 있던 미니푸들 푸순이는 마님옆에서
발라당 누워 코를 그르릉 그르릉 골며 잠들어있다.
따뜻한 햇살에 노곤해진 마님은 바느질하던 것을 내려놓고
슬며시 베개를 당겨 베고 편안히 누워 잠깐 오수(午睡)에 빠졌다.
반짇고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규중칠우(閨中七友)가 마님이 잠든 틈을 타 소곤소곤, 쑥떡쑥떡한다.
자기들끼리 논거(論據)를 펼치며 쟁론(爭論)을 벌인다.
바늘(針)이 먼저 입을 연다.
우리가 모두 좋은 벗이라고는 하나, 내가 아니면 마님의 솜씨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
마님의 솜씨는 모두 나의 공이다. 그러니 내가 으뜸이다.
마님의 손길 따라 내가 땀땀이 잘 움직여 좋은 옷이 만들어져 마님의 솜씨가 빛난 거야.
그뿐일까 나는 무척 쓰임새가 많아 유용하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체했을 때 나를 머리에 쓱쓱 한번 긁고 손끝 혈자리를 찔러 피를 내어 체기를 없애준다.
실패(絲牌)의 실이 받아 말한다
바늘 네가 아무리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했더라도 그 자리를 내가 잘 연결하였으니,
바늘 너 혼자의 공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내가 없었다면, 바늘 네가 지나간 자리는 그냥 구멍일 뿐이다.
우리는 함께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
또한 바늘, 너는 끝이 날카롭고 잘 보이지 않아 잘못하면 잃어버리기 쉽고,
너를 밟기라도 한다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위험하다.
그러나 나를 네 귀에 꽂아두면 잊어버리지도 않고 설사 잃어버려도 찾기도 쉽다.
그러니 우리 둘은 일체다.
자(尺)가 말한다.
이 무슨, 소리가 말이가.
나의 역할이야 말로 진정 중요하다.
옷을 만드는데 몸의 크기와 곡선을 만들고 필요한 만큼 알맞게 천을 사용하게 한다.
얼마나 경제적이냐,
또한 마님들이 바느질하다 등이 가렵거나 멀리 떨어진 물건을 집어 올 때
나만큼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은 없다.
가려운 등을 긁어주고 멀리 있는 물건 당겨준다.
가장 특별히 사용되는 곳이 있다.
아이들이 잘못을 하였을 때 예의를 가르치고 아이들의 버릇을 잡기 위해 으름장을 놓는 것이 곧 나다.
회초리의 역할을 한다. 나의 쓰임새는 가히 따를 자가 없다. 자녀교육에도 내가 필요하다.
일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스스로도 말하며 우쭐한다.
골무(㐔冒)가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배은망덕한 소리를 해대는지,
바늘, 네가 부주의하게 마님의 손끝을 찔러 선혈을 낭자하게 가 아니더라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살갗을 파고들어 아프게 하며, 피가 흘러 옷감을 버리게 하였던 것은 기억 못 하느냐,
마님의 손끝을 내가 보호하였기에 너희들이 욕을 적게 먹고 멀쩡한 거야.
나는 생명을 보호하는 구급요원이야.
가위가 말한다.
너희들 무슨 소리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 기가 찬다.
그리고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니었으면 자, 네가 무엇이 필요하며 바늘, 실, 골무 너희 들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천을 자르고 재단을 하지 않으면 옷이 어떻게 나오겠느냐.
다리미와 인두가 말한다.
허접한 말들 한다, 너희들이 다 만들어 놓으면 뭐 하냐.
걸레처럼 우글쭈글한 것이 볼품없으며 새 옷인들 헌 옷과 다를 바가 없지.
우리는 너희들을 도와 마님이 만드신 옷을 옷같이 제대로 갈무리하는 것이 바로 우리야.
다리미가 들어가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름을 펴주고 다려주는 것이 마지막
내가 하는 것이야. 바로 인두지.
이쯤 되자 제 잘난 맛에 서로 소중하다고 설왕설래하며 자기네들끼리는 조곤조곤 따지며 쏙딱, 쑥떡거리는
소리에 잠자든 푸순이 다리를 까딱까딱하며 틀고 귀가 앞뒤로 끄덕이고
꼬리를 흔들며 눈을 반쯤 뜨는 듯하니,
반짇고리에 있던 규방칠우가 놀라 쉿 하며 입을 다문다.
푸순이 반쯤 뜬 눈으로 쓱 둘러보다 주인이 아직 자고 있으니 안심하고
다시 자세 고쳐 꼬리 내리고 잔다.
조용히 해라 너희들 그르릉,
출처 CHAT GPT생성
이러할 때 서재에 있던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등장한다.
출처 : pintrest
붓(筆)이 말한다.
조용히 해라 어디서 여자들이 시끄럽게 떠드느냐.
가소롭기 짝이 없다. 입들 다물어라.
자고로 여자들의 목소리는 담을 넘어서도 벽을 넘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모르느냐,
규중칠우들이 한소리로 대꾸한다.
뭐라! 지금이 어느 때라고 남자, 여자 성별로 갈라치 기하느냐,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미개하고 후진국적인 발언을 하느냐,
참으로 귀신 씻나락 까먹고
까치 감 쪼아 먹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리고 속닥인다. 우리 붙어볼까 쟤들하고 숫적으로 우리가 우세하다.
모두 해보자 한다.
붓이 다시 말한다.
너희들이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그저 아이들이 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구나.
그저 너희들은 안방에서 여자들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작은 장난감일 뿐이다.
우리는 글을 쓰고 학문을 논하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글을 쓰고 문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영적인 영감을 주고 사람들을 교화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없었다면 인류문명의 발달이나 전해짐도 역사의 기록도 문화의 발달도 없었을 것이다.
먹(墨)과 벼루(硯)가 첨언하여 말한다.
그렇쥐,그렇쥐, 우리가 없었으면 붓이 글도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기록하지도 못하였지,
바늘과 실이 한 몸이라면 먹과 벼루도 한 몸이지 역시 문방사우 하면 우리지,
자고로 남자들의 전유물이고 문인들의 필수품이지.
종이(紙, 화선지포함)가 말한다.
너희 셋만 가지고는 안되고, 나는 종이 중에 종이, 문체의 아름다움 문학과 사랑의 메신저
기록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우리 문방사우가 있었기에 남자들이 그 역량을 빛내었지
문방사우 우리가 아니었음 철학도 인문학도 과학의 기록도 오늘날 전해지지 못하였을 것이야.
셰익스피어의 아름답고 수려한 말솜씨의 희, 비극의 기록도 전해지지 못하였을 것이거든...
반짇고리에 있던 규중칠우가 조용히 듣고 있다 한 마디씩 한다.
다리미(火斗)가 먼저 말한다.
머리에 열리 올라 김이 솔솔 난다.
어디서 헛소리들을 침을 튀기며 쏟아내고 있는지 ~요
너희 주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누가 만든 것이며 우리가 옷을 만들지 않았으면
인간이 속꼬챙이 인들 입을 수 있었을까.
자, 골무, 실, 가위가 불같이 화를 낸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게 하는 것이 우리이거늘,
여름은 또 어떠한가 오뉴월 칠팔월 뙤약볕에 우리가 만든 옷이 없었으면
야만인처럼 벌거숭이 몸에 뜨거운 빛과 열로 화상을 입었을 텐데,
그런 상태로 군자가 어떠니, 풍류가 어떠니 하는 말이 감히 나올까.
궁극적으로 너희는 우리를 이길 수 없도록 되어있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앞뒤분간도 못하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소리를 다 하는군,
요즘의 여성분들이 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글 읽기를 숨쉬기만큼이나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의 소중함과 그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감히 말하건대 오늘날의 여성들에게 너희의 과거에 머문 구시대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음이 좋을 듯,
바늘이 촌철살인(寸鐵殺人)하듯 결정적인 한마디를 한다.
"무슨 소리,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돌조각으로 바위에 그림을 그려 역사를 전하였다."
문방사우 갑자기 말문이 터억 막힌다.
이때 한 무리가 등장한다.
컴퓨트란 녀석과 그 짝인 프린터기, 그리고 재봉틀이다
당신들의 쟁론(爭論)을 듣고 있으니 모두 소중한 분들인 것 같다.
그러나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요즈음은 붓과 먹과 벼루의 역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서예를 한다는 분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그도 일상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 예술의 차원에서 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것이 망자의 제삿날이나 차례를 지낼 때,
제를 올리는 제문이나 축문에 사용한다.
그 자리는 이제 만년필, 연필, 볼펜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너희들의 공은 인정되나 그 수고로움은 이제 없다.
이제는 제문(祭文). 축문(祝文). 지방(紙榜)조차도 젊은 세대는 나 컴퓨트로 작성하고
나의 짝 프린트기가 출력한다.
그러니 붓, 먹, 벼루는 일상에서 거의 사라졌으니
그리 과거에 묻혀 교만하고 어리석게 굴건 없다.
그리고 요즘 여성들은 모두 글을 읽고, 시를 짓고, 문장을 만들어 책도 만들어 낸다.
재봉틀이 조용히 말한다.
규중칠우(閨中七友) 여러분들 말씀 모두 옳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요즘세상에는 그리 많은 쓰임새가 없습니다.
바늘, 실과 골무의 역할은 거의 없습니다.
골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도 줄자가 생겨 바느질용이 아니라 물건의 크기를 재거나 허리둘레를 재어볼 때 사용합니다.
아직도 고운 그림도안으로 수를 놓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보다는 책 읽고 맛있는 요리를 하고 꽃을 가꾸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즐겨합니다.
그것이 세상과의 소통이라더군요.
큰 그림, 큰 생각을 합니다.
재봉틀인 나도 처음엔 많이 사용하였으나 이젠 추억처럼 아련한 기억만 남았습니다.
이 집 마님은 솜씨가 좋아 작은 소품 만들기를 좋아하여 여러분들이 잊히지 않고 계속 이렇게 함께 합니다.
요즘은 속옷부터 버선대신의 양말, 옷, 손수건까지 모두 가게에서 팔고 모두들 구매합니다.
이것이 요즈음의 세상입니다.
규중칠우와 문방사우는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니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온다.
규중칠우와 문방사우는 서로 사과하며 쟁론을 멈추었다.
주인이 깨어나 긴 잠을 잔듯하였는데 겨우 30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푸순이도 깨어나 엉덩이를 실룩샐룩거리며 주인의 무릎에 안긴다.
주인은 한겨울의 따스한 햇살 속에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겼다.
이 글은 발행취소 글에 있었으나 옮겨올 수 없는 글이라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규중칠우 #문방사우 #컴퓨터 #프린트 #재봉틀
#수채화로 그린 저의 두 번째 습작입니다.- 화단이 있는 작은 집
# 대문 : CHAT GPT합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