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아이는 성장하고, 모두에게 마법을 걸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참 무심하다.
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느끼며 시간이, 세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의 시간이든,
즐겁고 행복하여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고 오래 붙들어 두고 싶은 사람의 시간이든 시간이라는 작자는 전혀 우리 인간의 삶에 개의치 않는다. 그냥 무심하게 지가 흘러가는 대로 간다. 똑 같이 흐른다.
공평한 것 같지만 무심하고 기계적이다.
어떤 기계 잘 만지는 분이 시간의 나사를 하나 슬쩍 빼어 버리면 어떨까 그래도 가던 대로 가겠지.
충직하게 헌신하겠지 우주의 시간에, 신이 만들어준 규율에 따르겠지.
누군가가, 신이든 그 누구든 신의 시계를 살짝 고장을 낸다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뒤틀리겠지
신이 만든 세계 중에 공평하게 주어진 것 중 딱 두 가지는 확실히 공평하다
적어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과 사(生死) 그리고 시간(時間)이다.
우리의 생각이나 바람하고 상관없이 주어지고 흐른다 아주 공평하다
나는 그 모멸차고 야멸찬 시간과 생사의 사이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다.
경주를 하는 것 같다, 마라톤일까?
모든 것, 집안의 대소사까지 내손을 거치고 나의 판단에 의하여 처리되었다.
아이에 대한 담당의사와의 대화, 결정 그리고 한치 오차 없이 다가오는 병원비 모든 것이 나의
선에서 결정되었다.
직장에서 나에게 주어진 업무도 그대로 추진하였다.
나는 슈퍼우먼이었다. 나는 아주 슈퍼우먼이었다.
집은 친정어머니가 계시면서 남편을 챙겨주시고 큰아이가 고모님 댁에 맡기기 전까지
어머니가 돌보았다.
아이들 봐주시던 아주머니(이모라 불렀다)는 공식적으로 우리 집에서 받고 일하셨던 것은
멈추었지만 아이와 정이 들었고 낮에 병원에서 아이를 돌볼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한동안 낮에만 병원에서 아이를 돌보겠다 하였다. 사랑이었다. 아이의 웃음을 보고 품에 안고
있었으니 이 또한 모정이다. 키운 정이다.
당연히 실비지만 이모에게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내가 신의 손인지 내 손 안에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아이는 나의 사랑하는 둘째는, 둘째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들은 아실 것이다.
첫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를 , 손가락 다섯을 깨물면 다 아프다 차별 없다고
어른들은 말하였다. 차별은 없겠지.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
더 아픈 손가락이 둘째다. 아프니까, 죽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둘째 아이가 아픈 손가락이다
그 아픈 손가락 둘째 녀석이 뒤뚱거리고 병원을 돌아다닌다.
뒤에는 하얀 피부의 얼굴이 고운 키 작은 이모가 안짱다리로 아장아장 걸으면 아이의 뒤에서
링거걸이대를 밀고 걸어 다니는 모습, 아픈 아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린다.
간호사들도 웃으며 내다보고 병실에서도 고개 쏙 내민다. 그 순간 우리 아이와 이모는
병원을 환하게 밝힌다.
뒤뚱뒤뚱 걷는 아이뒤에 자그마한 아주머니가 아장아장 걸으며 뒤따라 가는 모습, 모두 즐거이
바라보고 아이도 웃고 이모도 웃는다
이 순간만큼은 병실은 햇살 가득히 들어와 환하게 비쳐준다.
둘째 이 녀석 마법을 부린 것이다. 지가 있는 병동에 마법의 가루를 뿌린 것이다.
아이는 병원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제자리에 서서 몇 번 까딱까딱하던 녀석이 포대기로 업혀 들어온 녀석이 이젠 걷는다
병실을 돌아다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해 만져보고, 우이우이하며 물어도 본다.
신기하게 중력의 작용 때문에 그런지, 중력의 추를 잘 달아놓았는지 뒤뚱거려도 넘어지지 않는다
정말 어쩌다 넘어져도 엉덩이로 주저앉는다. 울지도 앉고 붙잡아 주면 일어나 웃는다.
처음 병원입원했을 때와 처음 주삿바늘을 꼽았을 때, 골수검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울지 않는다.
아~ 처음 몸이 불덩이가 되어 한밤중 응급실에서 열이 너무 높아 처방을 할 수없어 아이를
얼음으로 싸 두어고 얼음마사지 할 때, 울었다. 한밤중 응급실을 날렸다. 울음소리가...
집에서 읽혀주었던 동화책을 가져다주었더니 말도 안 되는 말을 뭐라 하며 웅얼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하였다. 웃고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콕콕 찌르고 하였다.
친정어머니 말씀이 말 못 한다고 걱정하지 마라 지금 저 아이는 모든 것을 말대신 머리에 각인시키고
있다고 하셨다. 궁금한 것 신기한 것 모든 것을 머리에 넣고 있다고,
때가 되어 저 아이가 말문을 열면 거침이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 말씀을 믿어야지 나를 키우신 분이니까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날을 기다리며, 근데 건강하게 살아나야 구경을 하던 기뻐하든 할 것이다.
퇴근해서 병원으로 가면 이모, 병실보호자 간호사, 배식하는 아주머니들이 내한테 서로 말해준다고
난리였다. 그날 아이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씀해 주셨다. 모두 감사하였다.
아이는 병원에서 관심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가 엄청 기억력도 좋고 머리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해준다.
식사 배식 때가 되면 이모에게 침대에서 내려달라고 한단다. 내려주면 뒤뚱거리며 지하에서 올라오는
배식구 앞에 서 있단다. 그리고 배식아주머니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신다.
와서 보면 의례 우리 아이가 앞에서 지킨단다
배식판을 트레이에 차곡차곡 넣으면 아이는 자기 것을 찾아 이모를 끌어당긴다고 하였다.
글 모른다 당연히 배식판의 이름석자 모른다, 아니 아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배식판을 먼저 찾아 자리로 돌아온단다. 모두들 신기해했다.
처음은 성장촉진제 때문에 아이의 뇌가 빠르게 확장되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아니었다. 둘째 이 녀석 학교에 들어가서 IQ테스트 전교 1등이었다. 140 가까이 갔었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때도 검사하였다. 똑 같이 높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 늦게 한 것이 뇌와 생각하는데 영향을 미쳤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병원생활만 들락날락 2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둘째는 병원에서 주변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란 것이다.
아이도 삭막한 병실에 지친 간호사들에게 모두에게 기쁨과 웃음을 선물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아이는 그때 모두 힘들 때 우리에게 이겨낼 수 있도록 마법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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