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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Jul 15. 2024

#3, 시골집 마당의 나른한 오후

동물들의 쓸데없는 다툼, 부서진 평화

뜨거운 여름, 노곤한 한낮의 오후다

하늘에는 해님도 솜털 구름 위에 누워 

시원한 바람맞으며 졸고 있다.


시골집 작은 마당이 평화롭다

바람은 솔솔 알맞게 불어오고

마당 한 편의 장독들은 부지런한 주인이 매일 닦아 

햇볕에 윤이 나 반질거린다.


마당 한쪽에 있는 조그만 텃밭의 채소들과

울타리 앞으로 만들어진 화단의 꽃들도

위로 오르다 무거워 늘어진 능소화도

나른하여 고개 숙여 한낮의 오수를 즐긴다

항아리 위에는 고추가 벌거벗고 누워 일광욕을 한다.

한낮의 평화로운 시골집 풍경이다.          


마당에서 닭이 한가롭게 모이를 쪼고 있다.

부지런한 닭이다.

그래야 내일도 튼튼한 알을 낳을 것이다    

마당에서 닭이 구구거리며 모이를 콕콕 쪼고 있다.


바로 그때,

마루 밑에서 잠자던 강아지가 실눈을 뜨고

몸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심심하다.

두리번거린다.

마당 가운데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이 눈에 들어온다.

이 녀석 복돌이가 갑자기 심술이 났다.

너 잘 걸렸다, 하고     

강아지 복돌이가 대청마루 아래서 튀어나온다.

조용히 모이 쪼던 닭을 몰아 새운다.

놀란 닭이 꼬끼오, 꼬꼬꼬 소리 지르며

'저 복돌이가 더위 먹었냐', 하며

마당을 이리저리 날고뛴다.


그 뒤를 강아지가 맹렬히 쫓는다.

게 섰거라 ~  멍멍멍

마당 한가운데를 닭과 개가 쫓고 쫓기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한낮의 평화로움이 쨍그렁 부서져버렸다.

마당 한쪽의 돼지우리에서 조용히 낮잠 자던

돼지가 작은 실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안 하냐, 하며 시끄럽다고 꿀꿀거린다     


대나무 발 안에서 오수를 즐기던 주인마님이 눈을 떴다.

"복돌아 조용히 안 하나, 웬 지랄이고" 


집안이 한번 들썩하고 튄다          

놀라서 바람도 물러나고 

해님도 벌떡 일어나 구름 속으로 숨는다.

어두운 기운이 집에 내려앉는다.

항아리 위에서 일광욕하던 고추가 

놀라며 부끄러워 돌아눕는다.


마당의 잘 키운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가 

깜짝 놀라서 구경한다고 고개를 번쩍 든다. 


해바라기, 채송화, 능소화도 구경하겠다고 

고개 들고 쳐다본다.

능소화 고개 든 다고 힘들다.


모두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쫓고 쫓기며 싸우던 닭이 

푸다닥 날아오른다, 지붕 위로

'요건, 몰랐을 거다.'


지붕에서 닭이 외친다

올라오려면 와 봐라 하며

꼬끼오 꼬꼬꼬, 꼬끼오 꼬꼬꼬

목청껏 소리 지르며 강아지 복돌이를 놀린다.


닭 쫓던 강아지 복돌이는 

지붕 위를 쳐다보며 씩씩거린다

멍멍멍, 멍멍멍

정말 닭 쫓던 개가 되었다.


돼지 꿀꿀이는 거봐라 조용히 해야지

왜 쌈질이야, 한다.

꿀꿀 꿀 꿀꿀 꿀


시골집이 한바탕 들썩하고 나니

시골집 마당은 다시 조용하고 평화롭다.

#시골집 #마당 #오후 #시골풍경 #닭 쫓던 개 #닭 날아오르다 #지붕 #일광욕

#대나무발 #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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