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매실 따다 술 담그다
밤 깊어 가자 술 생각이 절로 난다.
뜰 안의 매화나무는 꽃 진 지 오래되어
어느새 열매가 영글어 간다.
매화 열매 정리하여 주었더니 열매 더욱 알차다
이제 머잖아 매화 열매 딸 때 되었으니
잘 영근 열매 따다 술을 빚어 두고
남은 열매 간수 잘 뺀 소금에 절여두고
또 남은 열매 설탕에 절여두자
매실즙이 우려 나면 시원한 물을 섞어
매실 두어 알 띄워 냉장고에 넣어 두어
더운 날 마루에 앉아 발 걸어 햇빛 가리고
선풍기 멀찍이 틀어 바람을 만들고
더 더우면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 선풍기 앞에 두어
차갑고 시원한 바람 만들어 쐬자
차탁 가져다 앞에 두고 좋아하는 시집 읽으며
냉장고에 넣어 둔 차가운 매실주스를 마시니
매실 향이 은은히 입안에서 퍼지는구나
신선이 달리 있을까 본 사람 없으니 이런 모습 아닐까
수년 전에 산밖 골의 나무를 잘라 햇볕에 수 해를 말렸다
나무가 여물어져 작년에 사랑채에 누마루를 지었다.
제법 운치가 있었다
작년에 담은 매실주가 아직 조금 남았으니 벗을 불러
매실주를 한잔 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하고 벗을 청하여
달빛 교교히 흐르는 밤, 벗과 함께 누마루에 앉았다.
작년 담근 매실주를 내어 한잔 한잔 또 한잔 권한다
분위기에 취기가 오르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으니
옛날 시인 이백이 이러하였으리라
나뭇가지에 걸린 달은 은빛가루 뿌리고
밝은 달은 나무 가지에 걸려 누웠다
은빛달빛은 누마루를 은은히 비추고 있으니
벗과 함께 누마루에 운치 있게 앉아 술을 청한다.
작년에 담근 매실이 이리 많은 즐거움을 주는구나
올해 딴 매실로 내년을 준비해야겠다.
마당에서 어설렁거리던 복실이가
괜스레 하늘을 보며 컹컹 짖어 댄다
밤 그림자 깜짝 놀라 부서진다
조용히 해라 복실아~
#매화열매 #달빛 #벗과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