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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생기는 이유

나는 그렇게 '초친놈'이 되었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질문 딱히 답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취향이랄 게 딱히 없었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기에.


취향이 뭘까? 검색을 해보면 이런 정의가 나온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뚜렷한 취향이 있으신가요?


그러고 보면 나는 음식, 옷, 음악, 도서 등등 무엇하나 '저는 이런 취향이에요'랄게 없었다. 딱히 호불호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대부분 내 의견보단 그들의 의견을 따르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오죽하면 이런 말도 들었다.



"너는 무채색 같아"


그만큼 나는 취향이랄 게 없던 사람이었다. 물건이나 옷을 살 때에도, 음식을 먹을 때에도 딱히 취향이 없으니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것, 또는 끌리는 것들을 선택했다. 당연히 뭔가 나만의 색이나 개성이 드러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게 굳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랬던 내가 취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우연한 자리(?)를 통해서였다.


주말 스터디를 마치고 식사를 하던 중, 스타트업 임원이자 개인 바(bar)를 운영하시는 사장님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분의 이야기가 나의 흥미를 확 끌었었다.


업무 출장을 다니면서 면세점에서 술을 하나씩 사기 시작하다 어느새 바(bar) 사장님이 되어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술'이 맛있어서 관심이 생겼고, 술을 여러 번 사서 마시다 보니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고 정신 차리고 보니 개인 바(bar)까지 오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심지어 회사를 “재밌게” 다니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취향이 뚜렷해지면 그게 업이 될 수도 있고, 업이 되고 나서도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질문도 안 하는 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취향이 정말 없는데요. 어떻게 하면 00님처럼 뚜렷한 취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술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이 술은 왜 이런 맛이 나지? 이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제조방법을 거치는 거지? 제조방법뿐만 아니라 보관방법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고? 보관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지? 이렇게 궁금증이 꼬리를 물다 보니 어느새 바(bar)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


그날 이후 고민이 시작됐다. 도대체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뭘 할 때 즐거운가? 등등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달까...


그 고민 덕일까? 요즘의 나는 예전과 조금 다르다.


무채색 같았던 사람에서 어느새 "초친놈(초록에 미친놈)"이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다. 주변에서 이제 나만 보면 초록색에 미친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사실 좀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ㅎㅎ)


뭐 색 하나 좋아한다고 취향이 되나? 싶을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처음에는 "취향이 뭐예요?"라고 했을 때, 뭔가 그럴싸한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럴싸한 취향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했다.


저는 위스키를 좋아해요. 저는 IT기기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인디밴드에 관심이 많아요 등등..


그런데 그러다 보니 뭔가 시작해 보기도 전에 부담이 커졌다. 나랑 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기분도 들었고. 그래서 그냥 쉽게 가기로 결정하고 선택한 게 "초록색"이었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색인 초록색으로 사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내 취향을 채워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초록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샀던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는 생각보다 초록색에 진심이 되어 있었다. 그걸 느낀 건 바로 아래 사진을 찍었던 날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초록초록한 삶을 살고 있었을 줄이야...


사실 여기서 끝이 아니긴 하다.. 옷, 지갑, 핸드폰 케이스, 노트북 파우치, 플래너, 필통, 펜까지 온통 초록색이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모았지 싶다



그런데 막상 그러고 살다 보니.. 그 무엇이 취향이 되었든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 사람인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왜냐? 내 취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에 대해 사람들이 인지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기회들이 찾아온다는 걸 알았다.



초록색 아이템만 보이면 '어? 00님 이거 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혀 몰랐던 아이템을 추천받기도 한다. 아니 초록색만 보면 내 생각이 자연스럽게 난다는 지인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초록색 관련 아이템이 생기면 나에게 먼저 가져다주기도 한다. "초록색 하면 00님 아니에요?" 라면서. 이 지경에 이르자 괜히 다른 색상의 아이템을 살 수 있음에도 '혹시 초록색은 없나?' 괜히 찾아보게 되고, 내 취향은 더 색이 짙어지더라. 심지어 재미있기도 하고.


그린보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별거 아니라고 느꼈겠지만 이걸 다른 영역에 대입해 보자면.


위스키를 좋아하면 공짜 위스키를 받을 수도

인디밴드를 좋아하면 무료 공연 티켓을 받을 수도

쿠키를 좋아하면 내 생각이 났다며 쿠키를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공짜로 받는 데 있지 않다. 특정 영역이나 주제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생각이 어떤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온다.


예를 들자면, 소개팅을 받고 있는 혹은 받고 싶은 상태임을 주변에 알려야 없던 소개팅 자리도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티 안내면 들어올 소개팅도 안 들어온다 ㅎㅎㅎ)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누군가 나를 떠올려 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행동한다는 사실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다. 나만의 취향이 확고하고, 그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인지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초록 개구리로 마무리..ㅎㅎ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취향 없이 살던 내가 취향이 조금씩 생기면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며 많은 것들을 느끼는 요즘이다. 조금 더 나만의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 되고 싶다.



+ 다음 글에서는 이 사소한 취향 찾기에서 시작된... 거금 30만 원을 투자한 초대형 프로젝트...! "오늘의 집 서재 따라 해 보기"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ㅎㅎ(여기도 초록이 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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