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유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

by 릴토


다음 날은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피렌체에 도착하니 로마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점점 이탈리아가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폴리보다 로마가 좋고, 로마보다 피렌체가 좋았다. 누군가 이탈리아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좋아진다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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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 도착해서 원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가야 했지만, 나와 윤솔이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미술관에 질렸을뿐더러 아카데미아 미술관 말고도 미술관을 하나 더 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내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유명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좋은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차라리 미술관을 가기보다 피렌체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 민아와 오빠가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구경하는 사이, 윤솔이와 나는 피렌체 중앙시장을 구경했다. 피렌체 중앙시장은 가죽가방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내가 본 어떤 시장보다 호객행위가 심했다. 한국어를 써가면서 “아빠 가방, 엄마 가방 사요!” 등 상인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각기 말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 가죽 상인에게 갔는데, 안쪽으로 들어오라며 우리를 안내하고 가죽 이야기를 하며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말을 대충 둘러댄 후 빠져나와서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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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판에 하얀 글씨로 메뉴가 쓰여 있는, 테이블이 네다섯 개 있는 아주 조그만 카페였다. 우리가 이 카페를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종업원이 매우 잘생겼다는 것이다. 교환학생 생활 중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외국인이었다.


커피는 먹기 싫은 마음에 종업원에게 핫 초콜릿을 달라고 했는데, 세상에 정말 따뜻하게 녹인 초콜릿이 나왔다. 내가 원한 건 핫 초코였는데 말이다! 윤솔이는 커피를 시켰는데, 갑자기 우리한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서 내가 릴리라고 답했더니 커피에 릴리라고 쓰여져 나와버렸다. (내 영어 이름이 릴리였다)


정말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생긴 작은 해프닝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음료를 두고 계속해서 웃었는데, 빵을 찍어 먹을 초콜릿이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카페는 사진도 정말 잘 나왔다. 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뒤에 피렌체 거리가 보였고, 감성적인 메뉴판이 붙어 있어 마치 사진에서 외국에 온 느낌이 들게 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오빠랑 민아랑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 카페를 나왔다.


윤솔이와 아직까지 이야기하는 것인데,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이 카페가 윤솔이와 나와 있을 수 있는 가장 편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너무 즐겁다고 느낀 순간이었고, 오빠랑 민아를 만나기 싫을 정도로 좀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아마 빡빡한 스케줄에 맞춰 다니는 여행에 조금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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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로 한 미술관으로 가는데 갑자기 커다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이 나타났다. 정말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화이트 초콜릿을 뒤집어쓴 성당 같다’는 생각!


개인적으로 피오레 대성당을 가장 보고 싶었기에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만나기로 한 시간이 있어 5분도 채 구경하지 못했다. 그날은 비가 와서 하늘이 흐린 날이었는데, 하늘이 파랬으면 정말 완벽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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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하다 보니 스케줄을 촘촘하게 짜는 것과 여유롭게 계획 없이 여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유럽에 오기 전까지 전자를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이탈리아를 통해 여유로운 여행도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여유로움에서 오는 즐거움과 여유를 가지고 바라봤을 때 보이는 것들, 사람들과의 만남. 관광지를 보기에 바빠서 빨리 움직이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 가끔은 여유를 갖고 흐르는 대로 여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피렌체에서 예쁜 카페를 발견하지도, 이탈리아 최고의 남자를 보지도, 낮에 피오레 대성당을 구경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하면 얻는 것도 많고 의외로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민아와 오빠를 만나 미술관을 구경했다. 우피치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비너스의 탄생이다. 미술관을 나와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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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본스테이크 레스토랑은 ‘Antico Ristorante Paoli 1827’으로 200년 된 티본스테이크 맛집이다. 당시 식당에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 종업원분이 계셨다. 한국인이 있어 반갑기도 하고 한국어로 주문을 할 수 있어 너무 편했다. 문득 ‘해외에서 이렇게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살며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이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고 서비스직이기에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을 것 같았다.


‘피렌체식 끼아니나산 티본스테이크 1.2kg’ 2개를 시켰는데 하나는 미디엄으로 주문을 하고 하나는 미디엄 레어로 주문을 했다. 끼아니나산은 피렌체에서 최고 등급의 소고기로, 지방이 적고 육즙이 풍부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잘 익은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미디엄으로 구워진 티본스테이크를 시켰다. 티본스테이크를 받아 칼로 써는데 뭔가 고기가 빨갛고 피가 많이 보이는 듯했다. 뭔가 이상해서 옆에 티본스테이크를 보니 더 잘 구워져 있었다. 내가 미디엄이 아니라 미디엄 레어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티본스테이크를 서로 바꿔 먹었다.


이 레스토랑의 티본스테이크는 나무도마처럼 생긴 두꺼운 그릇 위에 검은색 철판같이 달궈진 불판이 하나 있고, 그 위로 티본스테이크가 올려져 제공된다. 티본스테이크 위에는 소금이 흩뿌려져 플레이팅 되었다. 잘라서 한 조각씩 먹어보면 겉은 바삭하게 구워져서 진한 갈색을 띠고 안쪽은 육즙이 가득한 분홍빛 색을 띠고 있다. T자를 기준으로 한쪽은 등심이고 한쪽은 안심으로 되어 있어 등심과 안심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두께는 매우 두툼한 편인데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다. 티본스테이크 1.2kg 2개는 한국 돈 18만 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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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시간이 좀 남아서 미켈란젤로 광장에 갔다. 야경으로 유명한 광장이지만 당시 안개가 짙어서 야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보는 두오모 성당이 예쁜데, 밤이라 사진은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낮에도 한번 피렌체를 담으러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