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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가케인 Aug 24. 2021

01. 난 그저 살고자 퇴사를 했다.

이 우주는 당신을 위해 탄생했다

Prologue.


5차원 세계에서는 우리가 사는 4차원 세계가 모두 정해져 있다. 즉,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너무나도 완벽한 착각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정해진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곳에서 고통스러워한단 말인가? 굳이 왜 우리는 태어나 이 고통스러운 연극 속에서 연기를 해야 한단 말인가? 난 이들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 평생 찾아왔다.


D-7년 - 퇴사를 결심하다.


2015년 7월 어느 월요일, 나는 평소와 같이 출근을 위해 2호선 만원 열차에 몸을 실었다.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업무일로 가득하다.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분명 많은 이메일들이 쌓여있을 것이다. 적게는 40통 많게는 60통 정도의 메일이 '읽지 않음' 상태로 나를 반기겠지. 갑자기 땀이 흐른다.


'왜 이렇게 덥지? 나만 더운가?"


옆에 콩나물처럼 서있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셀러리 맨들의 이마를 본다. 하지만 오직 나만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숨이 막혀온다. 아무리 깊은숨을 쉬려고 해도 안정을 찾을 수 없다. 점점 눈앞의 배경이 흐려진다.


'틀렸어! 이 상태로는 회사에 도착할 수 없어!'


나는 서둘러 대표님에게 지각을 할 수 있다는 문자를 보내고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재빨리 내려 눈앞에 보이는 의자에 앉는다. 식은땀이 계속 흐른다. 이러다간 정신을 잃을지 모른다. 지하철 사람들의 통화소리가 점점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화장실로 가야겠다.'


나는 지하철 역의 독립된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아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정말 난 우리의 선배들이 가르쳐준 대로 살았다. 외국계 회사, 가족, 자가 소유 집, 자동차 등 나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가진 30대 후반의 가장이다. 하지만 나의 지난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볼 때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항상 금요일을 기다렸고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회사생활뿐만이 아니다. 그 이전 대학원을 다닐 때도 대학을 다닐 때도 모두 같았다. 항상 금요일을 기다렸다. 그렇게 내 20년을 보냈다. 딱히 기억나지 않는 20년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화장실 앞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통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도저히 이 삶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지금까지 난 20년을 누구에게 쫓기듯 살아왔다. 이것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야. 저것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야.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삶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굳이 왜? 이러한 삶을 이어 나아가야 하는가?'


TV나 유튜브, 책에 나오는 무수한 동기부여와 자기 계발 콘텐츠들은 모두 방법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항상 같았다.


어려움을 최선을 다해 극복하면 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넌 나처럼 될 수 있어!

여기서 포기하면 넌 낙오자가 되는 거야!

고독하게 혼자서 죽어갈 거라고!


하지만 열심히 해도 끝은 없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무엇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하지?'

'왜 굳이 이 세상에 태어나 열심히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알아야만 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면 난 평생 금요일만 찾으며 살다가 병원에서 쓸쓸히 죽어갈 것이다.

시간이 없다. 난 이미 내 인생의 반을 써버렸다. 영화 메트릭스의 네오가 선택했던 빨간약을 찾아 삼켜야만 했다.


난 그날 오후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반대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약 2주 후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난 내 인생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분명 신이 있다면 아니 신이 아닌 그 어떠한 존재가 있다며 이렇게 나의 삶의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그날의 나의 기절은 이미 이 우주가 쓴 시나리오의 한 부분일 수 있진 않을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지?'

'몇 년만 더 버티면 승진을 하고 연봉 1억을 찍을 수 있을 텐데...'


 모든 것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불안했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날 이후 나의 삶은 다른 트랙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나의 직장에서의 커리어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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