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동안 나의 고객사는 점점 늘어났다. 매출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시장에 막 진입한 회사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매출보다는 우선 고객과의 신뢰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2019년 팬데믹이 발생했다. 팬데믹은 기존 EAP 회사들에게는 급격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신생회사에게는 그리 좋은 상황이 되지 못했다. 우리와 같은 신생회사는 최대한 많은 미팅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 아무리 IT가 발달한 시대라고 해도 영업방식만은 아직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신생회사에게는 더욱더 우리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 상품을 설명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적극적인 고객사와의 만남보다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면서 암흑기를 버티기로 하였다.
큰 문제는 내 회사가 아닌 내 회사의 7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에서 일어났다. 팬데믹 이전에도 좋지 않았던 지주회 사는 팬데믹 이후 상황이 더욱더 안 좋아지게 되었다. 교육회사였던 지주회사는 펜데믹으로 인해 거의 모든 강의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많은 HR 교육회사들은 자산을 줄이고 강의 방식을 IT로 전환해야 했으나 우리 회사는 지금 이 상황이 잠시 스쳐가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IT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한 전략적 실수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나타났다. 자신이 영역에서 IT 전환에 성공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땨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었다. 작은 차이가 결과의 양극화를 불러온 것이다.
결국 나의 지주회사는 팬데믹을 이겨내지 못하고 2020년 가을 한 미국 교육회사에 매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계열사였던 나의 회사 또한 어쩔 수 없이 매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성공과 실패도 아닌 매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내 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나머지 70%의 지분을 매수하여 인수할 수 있었으나 당시 나에게는 이러한 용기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팬데믹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나의 첫 사업은 막을 내렸다.
매각 이후 나는 나의 인수한 회사에서 영업과 상품개발을 도와주는 고문으로 2년간 일하게 되었다. 물론 영구직은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나의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다.
2021년 12월 현재 나는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회사에서의 40대 중반이란 어쩌면 일과 조직정치를 함께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나의 많은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회사에서 임원을 달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듯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친구들은 벌써 대기업 임원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는 절대 소속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마음을 먹는다.
현재 나는 더욱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설립한 회사가 비록 다른 회사에 매각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매우 좋은 경험을 한 것은 분명했다. 이제 6개월 후면 지금 회사와는 이별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나는 홀로서기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업뿐만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수입원을 확보해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현재, 나는 유튜브를 시작했고 책 쓰기와 번역일도 시작했다. 3월부터는 친구가 시작하려 하는 조그마한 스타트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는 대망의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물론 이 사업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각종 자격증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한 회사의 계열사가 아닌 독립회사로 살아남아야 한다.
나의 미래가 실패가 될지 성공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나의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먼 미래에 과거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멀쩡한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뛰는 가슴을 애써 무시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