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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Jun 24. 2024

이기심이란 무엇인가?

나를 사랑할 때,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다.

하이 브런치.

나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기심.

몇 주간 나를 괴롭혔던 "나는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라는 생각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 이 글을 써본다.

이 글은 내 블로그에도 올렸던 글로, 나는 이 글을 쓴 이후 나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자각하며 스스로를 다스리고 있다.





시작은 이것이었다.

최근 내가 꽤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가 서있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버틴다거나(조금 배려하면 움직일수도 있을텐데), 심할 때에는 미적거리며 늦게 지하철에 오르는 사람이 꼴보기 싫어 후다닥 먼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이런 행동을 하고 나선 나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회사에선 한 번 더 생각하면 배려심있게 할 수 있는 일도 "나는 했다?" 라는 마인드로 넘어가 어쩌면 상대방이 불쾌하고 민망했을 법한 상황도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고나서 혼자서 그 사람에 대해 엄청 신경이 쓰이면서 또 미움 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처음엔 태생이 그런 것인데, 사회성으로 억누르다가 최근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본성이 튀어나왔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본성을 다시 억누를 에너지와 힘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이타적으로 살아보겠다고 힘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장동선 박사의 유튜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는 뇌과학을 좋아하고,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상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아니, 사실 이 채널이 전반적으로 흥미롭다.)

영상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쌓이면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부분이었다. 판단능력, 제어능력, 학습능력 등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되고, 나아가 그 저하된 뇌 기능이 이기심을 커지게 만든다고 한다.

"이기심!"

나의 행동에 의해 다른 사람이 입을 영향을 고려하지 못(안)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공격성도 높아지는데,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함으로써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이 영상을 보고 어쩌면 내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뇌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나 싶기도 했다.

실제로 얼마간 뇌가 뿌연 것처럼 올바른 사고가 힘들었기 때문이다.(그땐 번아웃 때문인 줄 알았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인가?)

또 내가 워낙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스트레스를 잘 받기도 하고, 잘 풀어내는 방법도 모르며 최근의 모습처럼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스트레스를 그렇게나 받았을까?

난 "자존감"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니까 정말 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이건 냅다 결론을 낸 건 아니고, 혼자 이기심에 대한 원인을 알고 싶어서 네이버에 문득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는데 어떤 브런치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실 가장 이기적인 사람~] 이라는 글을 보게 되며 찾아냈다.

내용은 나와는 조금 결이 다르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행동이 알고보면 본인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아, 나의 자존감은 어떤 수준이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정말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나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이유도 곧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나"에 집중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주변과 나 자신을 비교했다.

이제 슬슬 주변의 친구들이 나처럼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독립을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들 각자의 직업을 갖고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슷한 선상에 서있으면서도 그 수준과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데(그건 실제로 당연한 것이다.), 내가 가장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혼자 괴로워하고 질투했다. 인정한다. 남의 연봉도, 남의 일도, 남의 생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나보단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계속해서 나는 뒤쳐지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와중 정작 내가 실제로 집중해야 하는 "내" 앞의 일과 "내" 생활은 등한시 한 것이다.

어리석게도 그러면서 "내" 탓은 하기 싫어 환경 탓, 주변 탓을 쉽게 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도 상사를 실망시켰을 거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괴로워했던 나날이 떠올랐다. 정작 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썼을텐데, 혼자서 계속해서 비교하고 눈치보고 위축됐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현상을 인지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행위인 것 같다. 어떤 상태인지 아는 순간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사고로 그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마치 혼돈 속에서 헤매다가 인지함과 동시에 그 회오리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존감이 떨어졌고, 왜 자존감이 떨어졌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순간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정작 나는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남이랑 비교나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눈 앞의 일에 집중하자. 내 일에 집중하자."

이기적인 행동의 교정은 잠시 뒤로 미뤄뒀다. 일단 자존감을 회복하면 자연히 해결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참 신기하게도 나 자신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내 스스로 느껴진다. 회사에서 눈치볼 시간에 지금 할 일이나 제대로 처리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외에도 계속해서 비교하던 주변의 모습들에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부러운 마음도 들고, 어떻게 하면 나도(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이 어느 수준으로 살아가는지 모르면서)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긴 한다.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냥 인지되는 하나의 사실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아, 부동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봐야 할까? 아, 대기업 공고 떴네, 꼭 넣어보자" 등등..  이전 같았으면 "아, 부럽다. 나는 왜?"의 생각이 날 더 지배했다.


본래 샘이 많은 편이라 또 어느 순간 위의 상황을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렇게 한 번 인지를 했으니, 다음 번엔 조금 더 빨리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어쩌면 좀 길었던 이기적인 행동을 나의 자존감을 관리함으로써 고쳐보려고 한다.


특히 얼마 전 정말 허무하게 잘 해결된 실수 하나에 미친 듯이 사로잡혀 내 스스로에게 공격성을 드러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날 나에게 입힌 그 상처의 통증을 느끼며 마음을 계속 다잡고 있다.(화를 참지 못해 스스로 허벅지를 때렸고, 멍이 들진 않았지만 사나흘은 걸을 때마다 그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그 땐 정말 내 자신이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통증을 느낄 때마다 내가 이렇게 내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는 게 내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정말, 내가 나의 친구였다면, 가족이었다면 이럴 수 없었을텐데. 나 자신이라는 이유로 꽤 막 대했구나 싶다.


이번 주, 닷새 간 휴가가 생겨 맘이 여유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썬 꽤..효과가 있는 것도 같다. 당분간 내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아껴주자 내 자신. 남편과 즐겨 듣는 이적의 "다행이다"를 나에게 불러주자. 끝.





이 글을 쓰고 나는 내 스스로를 봐주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내가 내 자신을 깎아내리려 할 때 그 생각에 브레이크를 건다.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을 보따리를 한쪽씩 끌어올려 싸맨다.

그렇게 하고 나면 보자기 속 숨어버리는 생각들.

언젠가 다시 새어나오겠지만 나를 달래줄 시간을 벌 수 있다.


한 번 해봤으니까, 두 번, 세 번은 더 잘 하겠지.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스리고 또 아껴주며 살아가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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