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헤매는 이유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한다.
회사원으로써의 나는 야근이 필요했고, 집에 가면 나의 육아와 집안일이 나를 필요로 했다.
나는 내 시간을 가질 여유조차 없다고 생각되는 일이 많았고 밥을 때려 넣기도 부족한 시간에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 책을 읽을만한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아니, 책 읽는 것만큼의 사치조차 내겐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과 우연한 기회에 모임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것을 얘기하는 자리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색한, 나와 맞지 않는 자리 같았다. 그렇지만 끌림이 있어서 계속 모임을 하고는 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글이란 잘 써야만 하는 걸까? 책을 많이 읽고 쓰면 좋은 글이 나올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써야 잘한다고 하는 걸까? 그럼 잘 쓰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는 걸까?
숱하디 숱한 고민을 하려는 척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잘 쓴 글을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겠다. 그래서 교보문고에 갔다. 그리고는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적어도 내 기억에는 멋있다고 생각했던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찾아 슬쩍 들여다보았다. 30분 정도 봤을까... 나는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어서 그런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만약 내가 글을 쓰면 어떻게 써야지?'라는 의문이 드는 사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살짝 글이라는 것을 찌끄려 보았다. 그랬더니 방금 본 책에서 보았던 김훈 작가님의 문장을 모방하는 나를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글쓰기를 포기했다. 너무도 쉽게. 나는 글을 잘 쓸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그러다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차피 글을 못쓰는 사람이라 책을 보고 고민하고 사색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그냥 내가 쓰다 보면 평소에 지나가듯이 보던 책들의 깊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연필 대신 노트북을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글은 잘 정리된 내용을 간결하고 누구든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글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은 글이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난 나조차도 모르겠다. 적어도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일종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결국 내가 다가갈 수 경지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글을 써봐야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 써보자. 여기까지는 쉬웠다. 그런데 뭘 써야 할까?
가끔 떠오르는 생각을 스마트폰에 끄적거리긴 한다. 생각을 쓰긴 하는데 다시 보면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글을 쓴 건지, 얘 왜 저러냐 싶을 정도로 오그라들게 감성적인 글도 보였다. 이상하게 보일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다지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힘든 사람이라 모든 걸 다 놓은 것인지, 원래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없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먼저 내가 이해하고 내가 누군지 알아야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지금까지의 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하나로 나를 모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선천성 심장병 환아에서 펌프 마니아로, 사회복지를 부르짖고 전국의 복지관을 순례하던 열정적인 복지인이 현수막 가방을 만들어 팔았다가 어학연수를 갔다 오고 경영 대학원을 나왔다. 그리고는 회사에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해서 지금은 IT일을 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내가 도대체 뭐 하는 놈인지 나조차도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했었다. 그건 내 생각이고, 일단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평생 답을 못할 것 같았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찾아보려 한다. 내가 누군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이걸 해야 나도 나를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닥치는 대로 살아오느라 닥치고 살았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내 생각을 밖으로 내보낸 적이 별로 없다. 그저 목적을 달성하는데만 집중을 하다 보니 내가 없는 것 같단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것 따위는 별로 상관없겠지만 나는 내가 누 군사람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내 나이 40이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글이라는 것으로 뱉어내려고 한다.
나이브하게 지금의 내 생각을 쓰기 위해서. 거창하게 나이브와 시나브로를 붙여서 나이브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쌍팔년도 감성이라고 해도 '이게 나다' 싶어서 그냥 작가 이름으로 넣기로 했다. 독자가 있든 없든 브런치에서는 작가명으로 넣으라 하니, 적어도 여기선 내가 작가인척을 해보려고 한다. 적어도 나를 찾아 글을 쓰는 이 시도가 올해는 지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바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