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것 - 야마구치
회사퇴근과 동시에 육아출근을 하는 '애 있쓰' 의 삶이 모두 그러하듯 자기 전의 나의 시간을 찾는다.
거창할 것 같지만 의외로 소소한 나의 취미는 유튜브 쇼츠. 잠들기 전 도파민을 불태우던 중 하나의 컨텐츠가 뇌리에 꽂힌다.
제목 따윈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내용도 기억의 파편을 구성한 것이어서 정확하진 않다.
그저 몇 초간 팝콘처럼 지나간 숱하디 숱한 컨텐츠중에 하나였으니까.
상황은 이렇다.
어느 한 식당에서 신입 또는 초짜로 보이는 사원이 맡겨진 일을 했다.
여얼심히 일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혼자 남아서 야근도 도맡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음 컷으로 넘어가 일을 맡긴 선임이 후배를 데리고 소주를 한잔 했다.
후배사원이 말했다.
'저 정말 잘해보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잘 안 됐어요.'
선배가 말했다.
'열심히 한건 알겠는데, 정말 최선을 다한 거 맞아?'
후배가 말했다.
'진짜 잘해보려고 했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요.'
선배가 말했다.
'혼자 해보려고 노력한 건 알지. 그런데 주변에 도와달라고 얘기해 봤어?'
후배는 말이 없었다.
선배가 말했다.
'주변에 도와달라고 해봤어? 혼자 해서 여러 우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같이 해볼 생각은 해 봤어?
...
결과적으로 메시지는 이러했다.
혼자 해결하는 것은 노오오오오오력,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는 건 가용한 자원을 모두 끌어와서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혼자 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로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후배사원 같았다. 어떻게든 폐 끼치지 않고 내가 더 고생하고 내가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결과는 잘 안 됐다. ㅎㅎ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야 하나.
예전을 기억해 보면 선배들은 너무 바빠 보였다. 용기를 내서 고민을 얘기해도 그닥 답변이 시원하게 돌아오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기준과 하려는 것이 명확하지 않았으니 그들도 답변할 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내 단점이 뭔지도 몰랐을 테고 그저 혼자 하는 게 편한 상황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고 나에게는 야근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때와는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나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생각은 남아있는 것 같다. 덕분에 고생만 자처하고 살고 있다. 매번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다. 웹툰 속 '나 혼자' 하는 주인공들은 초반에 개고생을 하고 나서 먼치킨이 되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는 언제쯤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은 그 고민들도 일 속에 파묻혀 그저 신세한탄 정도로 여겨졌다.
얼마 전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너무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바쁜 건 알겠는데 시간이 없단 얘긴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구나 다 바쁘고 정신없지만 일은 진행되어야 한다고.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많은 job일을 다 챙기면서 어떻게 시간이 없을 수 있을까.
그때 예전부터 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니 바바라, 손 두 개 발 두 개 갖고 할 수 있는 거 많이 없다. 다른 사람한테 일을 시켜서 하게 해야 많은 걸 할 수 있다.'
그저 나에게는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내가 하루에 하나 배울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다며 나름의 만족을 찾아왔다. 그런 허울 좋은 이유는 있겠지만 실상은 일이 계속 밀렸다. ㅎㅎㅎ 써놓고 보니 내가 봐도 답답하다.
아직도 멀었다.
늘상 하던 것처럼 주말에라도 해놓겠다고 답변했다.
그랬더니 나눠서 하자고 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기계적으로 내 일이라고 내가 해야 한다고 답변하고 나서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위에 나왔던 에피소드의 후배처럼 최선을 다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 와중에도 내가 맡은 건 끝내고 나머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시간에 노트북을 켰다.
아직 멀었다. ㅎㅎ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것까진 하고 모르는 건 도와달라고 할 예정이다.
아직도 무거웠다.
일을 갖고 있으면 어떻게든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넘겨준다.
내가 이해를 해야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만약 내가 싱글이고 모든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만족할 정도로 진행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혼자 끙끙 앓고 있을 때 누군가가 얘기했다. '그거 그쪽에서 파악해서 하라고 해요.'
난 내가 담당자면 내가 알아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아야 뭘 해달라고 하지. 안 그런가?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굳이 내가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흐름을 이해하고 나머지는 남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왜 몰랐겠나.
이러다가 더 꼬이고 힘든 일이 많이 생겼어서 포기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손 두 개 발 두 개로 모든 걸 할 순 없었다. 여러 번 마음으로는 나를 쪼개려 했지만 그게 될 리가 있나.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일하는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만의 꼰대스러운 습관을.
막상 해보니 나에게 필요했던 건 고민이었다. 이 단계에서 누가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누구의 말마따나 '입으로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어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내 시간을 확보하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으리라.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면서도 버텨왔던 건 그저 책임감이 전부였을 것이다.
아직도 멀고, 무거웠지만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순 없으니까.
최선을 다했나? -> 나뿐만이 아닌 외부의 지원을 받으려고 노력해 보았나?
시간이 부족한가? -> 내가 주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재 설계해 보았나?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의 '감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최선을 다해보려고 하고, 그것이 일을 잘하는 것과 연결되길 바라는 수밖에.
언젠간 대충 일하는 것 같아도 일은 다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