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지마

껄.껄.껄

by 마리솔

껄껄하다 인생 끝나겄다.


연애 때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남편과 헤어질껄.


결혼하면 과천에서 집 얻어 아이 낳으면 동물원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겠다 결심했던 거 포기하지 말껄.


입덧은 너만 하냐며 유난 떨지 말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밥냄새 힘들면서도 코 막고 입덧 참아가며 꼬박꼬박 밥 차렸는데 그냥 유난 떨게 다고 할껄


큰애 백일 사진 찍던 날 본인들 애들 사진 걸겠다고 벽에 못 박으려고 우리 남편 부른 남편 이모네 갔다 오느라 우리 아가 힘들게 했는데 남편만 보내고 가지말껄.


친정 부모님 회갑으로 신촌 유명 대게집 갔을 때 대게와 랍스터 5킬로라 하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냥 저울에 한번 달아봐 달라고 할껄.


큰아이 초등 4학년 때 앞집 동갑내기 놈 아는 중학생 형들 불러 우리 아이 흠씬 때린 거 알았을 때 찾아가서 앞집 놈도 중학생 놈들도 모두 불러 우리 애에게 용서를 구하게 할껄.


아이가 숙제가 어려워진다고 수학학원 좀 보내달라고 할 때 보내줄껄


동네에 첫 브랜드 아파트 들어올 때 집사자 했는데 대출 많이 받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세 구하는 남편에게 대출도 할 수 있을 때 하고 대출 받아버릴껄.


껄.껄.껄

지난 시간 돌아보니 껄껄한게 오백 만 게는 되는 거 같다.

왜 그렇게 지혜롭지 못했는지

왜 그렇게 담대하지 못했는지

왜 그렇게 결단력이 없었는지

왜 그렇게 오지랖만 넓었는지


거절도, 싫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그리고 하고 싶다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앞으론 조금만 더 지혜롭고 조금만 더 담대하고

용감하고 적당히 사리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후회가 범벅인 내 인생 유일하게 흠없이 온전히 껄껄이 안 섞인 건 내 아이들을 낳았다는 것.


후회가 가득한 내 인생 가장 큰 축복이며 선물이라

어쩌면 모든 껄껄을 덮어가며 흘려가며 가끔씩 돌아보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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