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서랍

by 달그림자

프롤로그


호기심이 부른 참사


​우리 집 마당 한편에는 뚜껑처럼 덮인 문이 있었다. 바로 지하실로 통하는 문이었다. 유독 비가 많이 왔던 때, 비에 젖은 물건을 말리려 아버지가 피워두신 연탄난로가 그 어둠 속에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그 난로가 궁금했고, 결국 높은 계단을 헛디뎌 굴러서 난로를 덮쳤다. 와장창! 난로는 부서졌지만, 놀랍게도 나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나는 늘 그런 아이였다. 먼지 터는 총채를 입에 물고 장독대 계단에서 뛰어내려 목구멍을 꿰매고도,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다 택시 옆문을 들이받고도, 끝내 넘어져 깨지고 다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에너자이저.

부모님의 걱정은 깊었지만, 내 심장은 세상이 무섭지 않았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미운 다섯 살.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순수한 실행력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그 강렬한 에너지가 내 안에 잠들어 있었다.


핑계의 늪에 갇힌 애벌레


​그런데 지금, 나는 고작 '생각하는 즉시 행동하기'라는 루틴 하나를 만드는 데 3초의 핑계로 허우적댄다.


일어나야 할 때, 글을 써야 할 때, 운동화를 신어야 할 때, 나는 늘 망설인다. 온몸에 난 상처를 훈장처럼 달고 살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 나는 불안과 핑계 속에 갇혀버린 정적인 '애벌레'의 상태다.


나비로의 성장을 꿈꾸지만, 핑계라는 늪에서 허덕이며 시간을 갉아먹는다.

지금 이런 내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그 용기를 되찾아 핑계를 멈추는 일이다.


지난 나를 돌이켜 보았을 때,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내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그 미운 5세처럼 자유롭고 무모하게 넘치는 에너지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남편과의 잦은 트러블과 불안감이 아이들의 마음에 족쇄를 채워, 넘어질 용기조차 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책이 든다.


​나비로의 변태, 후회 없는 사랑을 찾아서


​이 글은 그 두 '나'를 마주하는 기록이다. 넘치는 실행력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미운 5세의 나와, 불안과 핑계 속에 갇혀버린 현재의 나.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미라클 나이트를 시작하고, 감정의 방화벽을 세우며, 마침내 '후회 없는 사랑'을 전하는 나비가 되려는 애벌레의 17가지 날갯짓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받은 무한한 믿음과 사랑이 나의 가장 강한 실행력이었음을 깨닫고, 이제 그 사랑을 나 자신과 내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하고자 펜을 들었다.


​이 글을 덮을 때쯤, 모두 핑계의 늪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에너지와 용기를 되찾아 비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애벌레 서랍을 열어, 가장 용감했던 당신의 미운 다섯 살을 꺼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