被遺忘的時光(잊혀진 세월)을 돌릴 수는 없지만

<무간도(無間道)>는 동행할 수 있지

by 밤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무간지옥(無間地獄)

“무간지옥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18층 지옥 중 제일 낮은 곳을 칭하는 용어로 가장 고통이 극심한 지옥을 일컫는다. 죽지 않고,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공간인 무간지옥으로 이르는 길이 곧 ‘무간도(無間道)’다.


내 인생 영화를 꼽아보자면 꼭 리스트에 들어가는 영화가 <무간도>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선택이 인생에 있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수작이다.

특히나 좋아하는 두 배우, 양조위와 유덕화가 한 영화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내겐 큰 선물 같은 영화였다. 다만 경찰의 스파이가 된 폭력 조직원과, 폭력 조직의 스파이가 된 경찰이라는 엇갈린 배역 때문에 둘이 함께하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둘이 함께한 장면인데다가 아직까지도 무간도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직 홍콩에 남아있다.

홍콩 현지인들로 북적거리는 삼수이포는 100여년 된 경찰서 건물을 비롯한 역사적인 건물, 재래시장, 오래된 맛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60~70년대 향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 바로 超域音響이 있다.

정신없는 시장 골목을 누비다가 근방에 도착해서 낯선 번체자 간판들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간도 출연진 사진을 건물 곳곳에 붙여놓아 '초상권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편하게 찾은 점도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무간도 3편에도 나오긴 했지만 1편에서 진영인과 유건명의 첫 만남이 있었고, 또 둘이 함께 채금(蔡琴)의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을 들었던 바로 그 장소 바로 그 자리.

주인아저씨한테 정말 이곳이 영화 속에 나온 장소가 맞느냐는 답정너 같은 확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둘러봐도 되냐는 허락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수분 남짓 나오는 곳이지만 그리고 이제는 그 당시의 소품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커텐이 쳐진 이 풍경을 어느 한 곳도 놓칠 수 없어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리고 영화 속처럼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쇼파 자리에 앉아서 감격하던 순간 내 귓가에 들려오는 是誰 在敲打我窓~

https://youtu.be/2X936BCiM5k


덕후 심정을 헤아리시고 주인아저씨가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를 틀어주신 것인데 듣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이러려고 OO했나보다.'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이날은 '이러려고 홍콩에 왔나 보다.'싶은 날이었다.

영화 촬영지 투어 다니면서 가장 감동했던(표준어는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표현하자면 '뻐렁치던') 순간이었다.


나는 아직도 일 년에 한 번은 '무간도 데이(하루에 무간도 트릴로지를 연달아 시청한다)'를 보낸다. 진영인과 이건명을 볼 때마다 드는 안타까움은 덜해지지 않지만, 그렇기에 이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꺼이 그들의 무간도행에 동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