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컴퓨터 해결사
너무 오래 쉬었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노트북을 아무리 주물럭거리고 만져도 전자책 뷰가 열리지 않는다. 전자책 사이트 고객센터에 문의한 후에 안내에 따라 기존 프로그램 삭제하고 재설치해 보았다.
답은 역시 오리무중이다.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고 되레 한숨만 푹푹 나왔다. 콧잔등에 뜨뜻한 땀방울을 송골송골 맺혀가며 족히 한 시간을 보냈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시간은 단숨에 지나가고, 기어코 고쳐볼 심산으로 저녁 먹자마자 하려던 일은 미뤄둔 채 오기를 부리고 있었다.
“만진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안 되는 거야!”
쉬는 동안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마음도 떠버려 노트북을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전에는 잘 되던 것이 갑자기 왜 안 되는지 나로선 알 수 없으니 해결 방법도 물론 없었다.
“아파서 글을 쓰지 못하고 푹 쉬었던 건 나였는데, 네가 왜 그러니?”
“너도 아팠구나. 너도 부지런히 네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만진 일이 없으니 오히려 내가 너무 오래 쉰 탓이라며 자책이 되었다. 모처럼 마음을 일으켜 몸을 세우고 책을 읽어보려고 했던 굴뚝같던 마음에 생채기가 날 것 같았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때는 어김없이 아들에게 도움 요청을 했었다. 전화로 몇 가지 팁을 알려주면 느릿하지만, 찬찬히 따라 하면 신기하게도 해결이 되곤 했었다. 이럴 때 아들이 약인데 하고 중얼중얼 되뇌면서도 전화를 얼른 할 수 없었다.
근무 시간이라서 바쁠 수도 있고, 고장 나서 답답해하는 나보다 더 애간장 녹는 아들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미안한 것이 더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것인데 한 시간째 조물조물 나물 무치듯이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마침,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아들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문제점을 숨도 쉬지 않고 흘러보냈다. 아들도 역시 고객센터에서 일러준 대로 전화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아들이 더 답답해했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구글 원격으로 해볼게요.”
그런데 마음이 급하니까 구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생각나질 않았다. 대선배 앞에서 바짝 졸아버린 새내기처럼 말은 여유로워도 마음은 긴장이 되었다.
밥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엄마랑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전화했다는데, 거기다가 노트북 안된다는 말을 먼저 불쑥했으니 미안함이 커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들이 어른 되니까 이제는 괜스레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아들은 여전히 어리광 부릴 때도 있는데 말이다.
잠시 후에 전화기 저편으로 다라락 거리며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아들은 구글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다. 원격으로 내 노트북으로 들어와서 주인처럼 이것저것 만지면서 순식간에 문제점을 해결했다. 우아 드디어 전자책 뷰가 열렸다. 뷰가 열리지 않아서 갑갑하던 책 속의 자음과 모음이 와락 쏟아져 나왔다.
며칠 동안 풀리지 않던 숙제가 단숨에 해결된 느낌이었다. 역시 “우리 아들은 금손이야. 대단해. 최고야.”라고 외치자, 아들은 어깨 뽕 들어간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컴퓨터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해 주는 아들 덕분에 서비스센터에 갈 일은 없었다.
예전부터 컴퓨터를 좋아하는 엄마를 둬서 노트북이 필요할 때, 태블릿이 필요할 때, 언제든 꼼꼼하게 따져서 장만해 주는 아들이 늘 고맙기도 하다. 아들을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전화로도 잘 알아들으시고 따라 해주는 엄마가 더 대단하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자식은 소중한 선물이다. 엄마를 즐겁게 해주려고 태어난 것 같다. 장가갈 나이가 된 아들인데도 여전히 속삭여준다.
“엄마, 사랑해요.”
“나두우”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