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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E J Mar 11. 2021

미국 시집살이 -1

막장 미국 시어머니의 시작

현재 말하자면 긴 사정과 이야기가 있어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최대한 빠른 탈출을 바라며^^.)

나의 시어머니는 엄청 특이하신 분이다. 미국에서 한평생을 지냈지만, 어릴 때는 영어보다 독일어를 많이 사용하셨고, 중국어에 관심이 많아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웠으며 현재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 독학 중이시며, 본인은 백인이면서 백인은 죄인처럼 살되 당당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시는 특이한 분이시다.

10분 전에도 특이한 사건(?)이 있었다.

나의 시어머니는 본인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신 게 좋으신지, 비공식적인 그룹 활동을 많이 하신다.

내일은 그 알 수 없는 그룹 활동의 일원으로 집에서 줌 미팅을 하신다고 10일 전부터 고지를 하셨다.
시어머니가 너무 중요시하시길래 나는 그 미팅이 무엇인지,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무엇을 위함인지를 다섯 번이나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취미고, 좀 더 동네 버스 노선이 편해졌으면 해서~만든 그냥 자발적 그룹이고, 동네 반상회 같은 것이었다.

나의 신랑이자, 그녀의 아들이 일 관련 줌(ZOOM) 미팅이 있다고 그러자.. 둘이 앉아서 누구 것이 더 중요한 미팅인지 썰전이 붙었다.

어머님은 본인과 시간과 소리가 겹치지 않게 하라는 당부의 메시지도 빼먹지 않으셨다^^..

나는 자식보다 본인의 봉사활동(?) 또는 자발적 친목 도모(?)가 자식의 밥벌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내가 살다 살다 처음 봤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처음 봤다. 신기하다. 새롭다. 끝. 이제는 그 이상 혹은 그 이하의 감정도 없다.

시어머니 욕을 하는 것이 내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아서 꼴이 우습지만, 매우 흥미로운 저 여성분을 시 어머니로 불러야 하는 속 타는 나의 입장도 누군가는 고려해 줬으면 싶어서 이 글을 적어본다.

나의 신기한 시어머니와 나는 한국 드라마를 종종 같이 본다. 이번에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함께 봤다.

그 드라마 안에서는 막 출산을 끝낸 산모에게 산모의 시댁 식구들이 안부도 묻지 않고 손주가 얼마나 예쁜지에 집중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의 신기한 시어머니는 여기서 또 신기한 발언을 하신다..
"나도 아기를 매우 좋아한다. 나도 아기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싶다. 나도 손주가 태어나면 저렇게 춤출 것이다.".............

어머님은 내가 임신도 하기 전에 이미 타국에서 어쩌면 혼자 알아서 해내야 하는 출산이 얼마나 힘들지, 내가 이민자로 미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어떨지 등등은 1도 관심이 없으셨다.

나에게 벌써 손주의 국적에 대해 물으셨다. ^^

2분 정도 뒤에 산모의 친정엄마가 등장해 본인의 딸이자 막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안부를 묻고 보살펴주는 장면이 나왔다.
나의 시어머니는 나에게 "우리 엄마(=본인 친정엄마, 신랑의 외할머니)도 손주(=내 신랑)이 태어난 게 기뻐 나(=시어머니)는 안중에도 없었다"

"저렇게 챙겨주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내용일 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미국으로 약혼자 비자를 받아 결혼 날짜를 정하러 미국으로 떠나기 전,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사실상 막혀.. 내가 갑자기 임신하면 미국으로 못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펑펑 울던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어머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나... 입술을 꽉 깨물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

나는 아직도 신랑과 결혼반지를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반지를 손에 거추장하게 끼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시어머니가 질투를 하시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다.

나의 남편은 미국 육군 사관학교를 나왔다.

그 학교는 졸업식 때 전통적으로 반지를 맞추는 문화가 있다. 이때, 약혼자/아내/진짜 진지한 여자 친구와 함께 맞추거나 부모님과 함께 맞춘다.

당시에 싱글이던 나의 남편은, 그 졸업 반지를 부모님(=나의 시어머니)과 맞췄다. 그래 여기까진 이해한다.

내가 신랑과 인터넷으로 결혼반지를 알아보는데, 그 소리를 들으시고는 방에서 반지 통을 가지고 나오셨다.

"이제 우리 아들이 결혼했으니 이 반지는 너에게 주도록 할게. 당시에 싱글이라 나랑 졸업 반지를 맞췄어. 이건 육사 전통이라 꼭 해야 했거든"

여기서 1초 감동했으나, 본인이 그 반지를 끼고 빼지를 않으신다.
(... 어머님 저 주신담서요?)

​그 반지를 본 사람들이면... 그리고 나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 반지를 한 달에 100만 원씩 월급 줄 테니 끼고 다니라고 그래도 싫다고 할 사람인 것을 잘 알 것이다.

근데... 시어머니의 저런 트롤(?)을 당하고 나니.. 괜히 약 오르고, 괜히 육사가 싫어졌다.
(혹여나 반지가 궁금하신 분들... 구글에 West Point Grad ring이라고 검색해보세요. 무슨 갱스터 랩 하는 래퍼 반지 나와요. 그거 맞아요. 1펀치 5강냉 가능한 비주얼의 반지. 육사 출신 군 장교들도 무슨 일 있을 때만 끼는 반지. 일상에서 낄 수 없음^^^^^)

나의 시어머니를 좀 변호하자면,
나의 시어머니는 단지 외롭고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하신 분이다. 정말 많~이.

시어머니와 나는 서로에게 서로 조심하고 잘하려 할수록, 서로 꼬이는 스타일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지금까지 쭉 한국 드라마 100편 정도를 봐오신 우리 시어머니는,
본인은 한국 시어머니 짓 절~대 안 하고, 본인은 여성인권을 추앙하는 그룹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중이라 며느리들의 입장을 너무 잘 알고, 내가 나이 먹고 미국으로 시집+이민 와서 얼마나 힘들지를 잘~아신다 하셨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일까?

한국 시어머니와 정말 똑같고, 꼭 찝어 말하자면... 1988년 12월에 결혼한 우리 엄마가 당한 시집살이와 너무 똑같아서...

우리 엄마는 매일 아빠를 쥐 잡듯 잡으며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하셨다.
= 이제 엄마에게도 시집살이당하는 걸 말할 수 없음......ㅠㅠ..

나의 부모님(나의 엄빠, 한국인, 토종 한국인)의 일관된 가르침과 메시지, 행동들이 너무 그립다.

약속을 한번 하면 꼭 지키는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들인지를 시집와서야 배웠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남들이 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이곳에서 매일매일 내가 얼마나 좋은 부모님을 만났는지를 깨닫고 한편으로는 매우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가 안 보고 싶은 날이 없네..ㅠㅠ

가끔 너무 힘들 때마다 시어머니 에피소드를 여기에 써서 모아야겠다. 나중에 꼭 책으로 내야지^^..

욕하지 말고 그냥 함께해주세요
각자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은 다른 거니까요!

아 참고로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언어장벽 아니냐~~ 생각하실까 말씀드립니다. 저 영어 잘해요.
특히 듣기는 진짜 잘해요. 무슨 시험을 봐도 듣기에서 틀린 적은 없어요. 토플 ibt포함!
비난 노노요!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며느리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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