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9년 속편 확정
전 세계를 열광시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2029년 후속편으로 돌아온다. K팝과 퇴마라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 다시 한번 스크린을 장악할 준비를 마쳤다.
미국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6일(한국시간) 넷플릭스와 소니픽쳐스가 ‘케데헌’ 후속편 제작 계약을 최종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공개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알려졌으며, 장편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약 4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제작 일정에 따라 공개 시점이 다소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의 세계에서 등장한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인간 세계를 지키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대결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전통 무속 신앙의 노래가 현대에 들어 K팝으로 재탄생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문화와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화려한 음악과 액션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특히 서울의 광화문, 남산타워, 홍대 거리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한국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전통 무속의 주술과 현대 K팝의 무대를 교차시키는 장면 연출은 세계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국계 제작진이 참여했지만, 제작은 소니픽쳐스가 맡은 미국 작품으로 글로벌 협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이 개발과 제작을 맡았고, 넷플릭스가 판권을 확보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K팝과 퇴마가 만났던 세계관, 다시 펼쳐진다
‘케데헌’은 한국의 전통 문화와 K팝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세계관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서울 도심의 거리, 남산타워, 홍대 무대가 등장하며 현실감을 높였고, 전통 의상과 최신 안무가 결합된 액션 장면은 SNS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한국계 제작진의 참여로 디테일이 살아나면서 글로벌 팬층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지난 6월 공개된 이후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수를 기록했다. 누적 시청수 3억 회를 돌파하며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치고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 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극 중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의 곡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수록곡 ‘유어 아이돌(Your Idol)’과 ‘소다팝(Soda Pop)’도 글로벌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일부 OST는 그래미상 후보 거론까지 이어졌고, 음악적 완성도까지 인정받았다.
‘케데헌’은 제작비 1억 달러(약 1447억 원)를 투입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달러(1조447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팬들을 위해 지난 10월 ‘싱어롱 버전’을 극장 개봉했다. 이틀간 약 1800만 달러의 수익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핼러윈 시즌 추가 상영으로 500만~600만 달러를 더 벌어들였다.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을 비롯한 전국 100여 개 극장에서 단독 상영된 ‘싱어롱 버전’은 지난달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 누적 관객 3만9377명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매출액은 4억6127만 원을 넘어섰으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북미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지에서 주말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에 따르면 2890개 극장에서 상영돼 560만 달러(약 80억 원)를 벌어들였고, 이후 재개봉 수익을 포함하면 북미 누적 수익은 약 2500만 달러, 한화로 약 3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케데헌’의 인기는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확산됐다. 핼러윈 시즌 미국 전역에서는 작품 속 캐릭터가 가장 인기 있는 분장으로 꼽혔다. 구글 트렌드 조사 결과,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 캐릭터가 인기 코스튬 1위부터 5위까지 싹쓸이했다.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1위, 조이와 미라가 그 뒤를 이었고, 사자보이즈의 리더 진우와 래퍼 베이비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더피’는 8위에 올랐다. 미국 최대 핼러윈 의상 전문 브랜드 ‘스피릿 핼러윈’ 공식 사이트에서는 헌트릭스 의상이 완판돼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SNS에는 전 세계 팬들이 직접 제작한 의상을 입고 촬영한 사진이 넘쳐났고, ‘#케데헌핼러윈’ 해시태그는 트렌드 상위권에 올랐다. 작품 속 노래와 춤이 틱톡 챌린지로 이어지면서, ‘케데헌’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았다.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은 스포츠 경기와 국제 행사에서도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4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다저스의 경기 중간에 ‘골든’이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왔다. 수만 명의 관중이 합창을 이어가며 현장이 하나의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이어 10월 3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도 ‘케데헌’이 무대를 장식했다. 가수 지드래곤은 사자보이즈를 연상시키는 진주 스트랩 ‘갓’ 형태의 페도라를 착용해 무대에 섰고, 바이올린 연주자 김연아 양은 OST ‘골든’을 연주해 각국 정상들의 시선을 모았다.
속편 제작 요구는 공개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매기 강 감독은 BBC 인터뷰에서 “이 캐릭터들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며 후속편 제작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트로트, 헤비메탈, 판소리 같은 한국 음악 장르를 애니메이션 속 K팝과 결합해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며 새로운 방향성을 예고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한 편의 흥행을 넘어, K콘텐츠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 스토리, 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서, 후속편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세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