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육사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영화 '육사오'다. 57억 원이라는 거액의 1등 당첨 로또를 두고 남북 군인들이 벌이는 예상 밖의 접선과 협상을 그린 이야기다. 남과 북, 전혀 다른 두 체제의 병사들이 '돈'이라는 공통된 목표 앞에서 뜻밖의 공조에 나선다.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린 복권 한 장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경계근무 중 TV를 보며 로또 당첨 결과를 확인하던 병장 박천우(고경표)는 자신이 들고 있던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당첨금은 무려 57억 원. 전역을 앞둔 병사에게 이보다 더한 희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작스러운 바람에 로또 복권이 철책선을 넘어가며 사단이 벌어진다.
천우는 로또를 되찾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철책을 뚫을 궁리를 하며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그 종이를 주운 이가 북한 하사 리용호(이이경)라는 점이다. 용호는 종이의 정체를 몰라 처음엔 무심했지만, 남한에서 57억 원의 당첨금이 걸린 로또라는 사실을 알고는 태도를 바꾼다.
우연치 않게 당첨 로또를 손에 쥔 용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권을 현찰로 바꾸려면 남한에 가야 했고, 북한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남북 군인들이 접촉해 일종의 ‘회담’을 시도하게 된다.
천우는 복권이 자신의 것임을 입증하려 애쓰고, 용호는 자신이 주운 종이인 만큼 지분을 요구한다. 로또를 매개로 3:3 지분 협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 강은표(음문석), 김만철(곽동연), 리연희(박세완) 등이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협상에서는 복권 실수령액, 세금 문제, 복권 실물 소유권, 심지어 법적 보상 비율까지 따지며 서로의 몫을 조율한다. 남북한 병사들은 각자의 사정과 논리를 내세우며 실랑이를 이어간다.
결국 로또를 둘러싼 협상은 공동급수구역에서 회담 형식으로 발전한다. 회담에서는 로또 실물의 소유권은 물론, 당첨금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다뤄졌다. 이들은 서로의 입장 차이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로또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중재안까지 등장하며 회담은 코미디처럼 흘러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또는 제934회차 1등 당첨 복권이다. 당첨금은 57억 원이지만,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약 39억 원. 이런 구체적인 정보까지 회담 장면에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현실감 있게 전개된다.
결국 이들의 협상은 극적인 방식으로 결말에 다다른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배분안이 도출되고, 갈등은 일단락된다.
군사분계선이라는 무거운 배경 위에 펼쳐진 이 영화는 상황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병사들이 경제 문제를 두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은 어리숙하지만 동시에 절박하다. 특히 천우가 철책선을 넘고, 용호가 당첨금의 개념을 이해하고, 남북이 마주 앉아 법률적 지분을 따지는 장면들은 실제라면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영화라는 틀 안에서 설득력 있게 흘러간다.
병영물, 로또, 남북 접촉, 협상극이라는 요소를 한데 엮은 '육사오'는 113분 동안 빈틈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2022년 8월 개봉해 전국 198만 관객을 기록했고, 로또를 둘러싼 상상력과 군대라는 배경의 조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