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도 못 넘겼는데 극찬 받았던 한국 영화

영화 '남한산성'

by 이슈피커

2017년 개봉 영화 ‘남한산성’은 500만 관객 돌파라는 대중적 기록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영화를 직접 본 이들 사이에서는 원작을 능가하는 완성도와 몰입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남한산성’은 한국 블록버스터 사극 중에서도 흔치 않게 역사적 사실과 고증을 치밀하게 살렸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남한산성’, 조선의 운명이 고립된 성에 갇힌 47일


‘남한산성’의 배경은 1636년 병자호란 시기, 청나라의 대군이 조선을 침공한 인조 14년이다. 영화는 청군의 포위 아래에서 47일 동안 남한산성 안에서 벌어지는 왕과 신하들, 백성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는다. 임금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성 안으로 피신한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 군사 열세에 시달리며 청군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각기 다른 생존 방식을 두고 치열한 의견 충돌이 벌어진다.

1-31-838x1200.jpg 영화 '남한산성' 메인 포스터 / CJ ENM

주요 인물은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인조(박해일)다. 최명길은 임금과 나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치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청과 화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반면 김상헌은 오랑캐에 무릎 꿇는 것은 곧 조선의 존엄을 버리는 일이라며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깊은 번민에 빠지는 인조의 모습이 영화의 핵심 축을 이룬다.

2-30-800x1200.jpg 영화 '남한산성' 출연 배우 이병헌 / CJ ENM

영화에서 이병헌이 맡은 최명길은 모든 오명과 모함을 스스로 감당하면서도 임금과 나라의 미래, 백성의 생존을 위해 화친을 택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듯, 약한 자 또한 살기 위해 못할 짓이 없다”, “백성들을 위해 모든 치욕을 견딜 수 있는 자만이 모두가 따를 수 있는 임금이다”라는 신념을 내세운다. 전쟁을 끝내고 조선을 구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끝까지 비난을 받지만 영화의 결말에서 결국 나라와 백성을 구한 충신으로 자리매김한다.

4-30.jpg 영화 '남한산성' 출연 배우 김윤석 / CJ ENM

김윤석이 연기한 김상헌 역시 조선의 존망을 걱정하는 충신이다. 김상헌은 청과 타협하는 것은 조선의 자존을 버리는 일이라고 보고 끝까지 항전을 외치면서도 다른 사대부들과 달리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군졸들의 고단함을 직접 확인하며 백성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면모를 드러낸다.

3-31.jpg 영화 '남한산성' 출연 배우 박해일 / CJ ENM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흔들리는 군주다.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인조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신하들의 의견에 휘둘리며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청군의 협박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주전과 주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영화는 인조가 무능한 군주라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인간적인 약함과 연민을 동시에 담아낸다.


‘남한산성’은 기존 한국 사극에서 자주 보이던 신파적 전개나 영웅 서사, 애국주의와는 거리를 둔다. 영화는 최대한 절제된 연출과 대사, 인물들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비춘다. 실제로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행동과 침묵, 시선으로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누구 한쪽을 쉽게 편들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탄탄한 연기진과 몰입감


‘남한산성’에는 이병헌, 박해일, 김윤석뿐 아니라 박희순, 고수, 조우진 등 국내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완성도 높은 캐릭터 해석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냉정하고 차분한 분위기, 과장 없는 전개는 인물 각각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원작자 김훈은 시사회에서 “내가 소설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고 밝혔다. “작가가 감춰둔 메시지를 감독이 언어화하는 것을 보고 ‘들켰구나’ 싶었다”고 말해 영화의 충실한 각색과 해석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개봉 당시 관객들은 “원작을 뛰어넘는 수작”, “흔한 사극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최근 3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 “‘명량’처럼 액션 중심이 아니라 칼이 아닌 혀로 싸우는 전쟁, 그 자체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음악까지 최고였다”는 등 찬사를 보냈다. 특히 “학생 교육용으로도 손색없는 영화”라는 평가까지 이어졌다.

5-16.jpg 영화 '남한산성' 출연 배우 고수 / CJ ENM

‘남한산성’은 대한민국 사극에서 보기 드문, 치욕의 역사를 담담하게 재현해 내면서도 인물의 내면과 현실적 고민을 깊이 있게 그린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특정 인물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처지와 선택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과장 없이, 신파 없이, 역사 그 자체를 담은 사극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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