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1년 이후 나와 동생은 80대 중반 엄마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합가가 아닌 동행이라 일컫는 이유는, 엄마와 함께 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아파트에 갇혀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로 인해 서울과 시골집을 수시로 함께 오가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서울에서 살다,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다를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자식들 따라 이동하는 삶을 살아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까지 엄마는 시골에서 잘 나가는 인싸였다. 활발한 대외 활동과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동네를 넘어 군 단위로 주름잡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삶의 지혜는 우리 네 자매를 합해도 엄마 하나만 못하다고 우리끼리 얘기할 정도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엄마는 매년 200 포기가 넘는 김장을 했었다. 그리고 김장 당일 택배를 싸서 6남매 집으로 골고루 보냈다. 거기에 며느리의 친정아버지, 친정 동생에게 보낼 것까지 따로 포장해 택배를 보냈다. 친정어머니가 결혼 초에 돌아가신 데다 장녀였던 언니를 위해 친정 식구들 몫까지 챙겼던 것이다.
“엄마, 뭘 그렇게까지 해? 언니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지.”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엄마는 답했다.
“내가 말 안 해도 지가 주겠지. 근데 어차피 줄 거 이렇게 아예 따로 싸서 주면 나 면 서고 저는 저대로 떳떳하게 친정 챙길 수 있어 좋잖아.”
아! 약삭빠른, 아니 현명한 우리 엄마!
결과는 같더라도 그 과정을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할 줄 알다니!
아니 결과도 달랐다. 이렇게 엄마가 챙겨주니, 새언니 친정 식구들 역시 엄마에게 간혹 선물도 보내는 등 챙기게 되면서 두 집 사이가 더 좋아진 것이다.
이렇게 지혜롭고 활발했던 엄마와의 생활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동행.
그 일상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