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안녕?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 아마 진짜 마지막 편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 답장은 안 해줬으면 해. 최근 몇달사이 겨우 찾은 내평온함이 무너질것 같아서 그래. 이것도 쓰고 혼자만 보고 지우려다, 그래도 너가 읽어줬으면 해서 보내봐. 아직 이메일 주소를 쓰는지 모르겠다. 근데 또 못 보고 넘어가도 그거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긴해.
최근에 친구들이랑 보드게임카페에 가서 보드게임을 했어.
이것 저것을 하다가 마지막엔 다들 에너지가 바닥나서, 스몰톡 관련된 보드게임을 했어. 질문카드를 뒤집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소소한 보드게임이였어. 무서워하는거는?/ 취미는? 부터 해서 가치관을 묻는 질문들도 있는 적당한 보드게임이였어.
그러다 “나는 소중한 누구를 위해 대신 죽어줄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왔고, 다들 절대 못한다고 했었는데, 그 중 가족과 엄청 끈끈하고, 죽고 못사는 동생과 같이 사는 친구가, 나는 가족이여도 내가 살지 대신 못 죽어준다 라고 답했어.
나는 이때 너가 생각 났어. 우리는 분명 서로를 위해 기꺼이 죽어 줄수 있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나는 그 말이 진심 이였어. 너를 위해서면 기꺼이 죽어줄수 있고, 그 기저엔 아마 너 없는 세상을 사는게 두렵기도 하고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런 것을 떠나 그냥 너가 너무 소중해서 였을거고, 아마 너도 같은 생각이였겠지. 그랬던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느 순간부터는 관계를 이어가는게 죽는 것보다 싫었던 것일까?
최근에 멜로가 체질을 다시 정주행했어. 20대때 볼때는 그렇게 까지 공감되진 않았는데, 30대 넘어가서 다시 보니깐 많이 공감되더라. 그 중 한 커플이, 여자가 마음이 떠났는데 남자를 놓기엔 아쉬워서 계속 어중간하게 붙잡는 모습이 나왔어. 헤어지고 한번을 먼저 연락이 없는 너가 원망스러웠는데, 마음 떠났을때 붙잡지 않고 보내주는 것도 배려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헤어지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썼어. 친구 한명 한테만 보여주다, 쓸때는 고통스러웠는데 지나고 보니 뭔가 잘 쓴것 같아 아까워서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읽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지는 모르겠어. 고민하다 주소 첨부해, 내글을 제일 재밌게 읽어줄 사람은 너니깐 말이야. https://brunch.co.kr/brunchbook/windupbird
또 헤어지고 새로운사람들도 몇명 만났었어. 내가 또 나름 인기있어서 그런지 먼저 연락온 사람도있었고, 또 우연히 만난 사람도 있었어. 근데 웃기게도 그 사람들 만나러 가는 날 아침에 너가 생각나더라. 같이 봤던 칼의 데이트 단편 영화처럼 말이야. 그 때는 할아버지가 새로운 사람 만나러 가기전에 할머니 사진보면서 우리의 모험은 끝나지 않을거야 이렇게 말하는게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는데, 비슷한 감정이 들더라. 아직 글로는 뭐라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아직까지 새로 사귄사람은 없어. 마지막 순간들에 내가 주저하게 되더라.
먼~~훗날 언젠가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다. 다음생에 만나도 좋고. 그때는 좀 더 성숙한 연애를 해서 결혼까지 하고 그러자.
잘 지내고, 아마 행정적인 연락때문에 몇번 더 연락하긴 해야 될텐데 행정적인 연락은 기계처럼 하는거니깐 뭐…
잘가 아구몬
[사진 출처 엘로아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