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토끼씨와 처음으로 밥 먹는 날이다. 아무래도 첫 만남이다 보니 양식집 가자고 해서 양식집에서 만났다.
1. 나이와 성격
만나기 전에 제일 걱정했던 두 개가 1) 나랑 나이 차이 많이 나면 어떡하지? 2) 나랑 성격 많이 다르면 어떡하지? (구체적으론 MBTI S 유형이면 어떡하지)였다.
그래서 앉자마자 거의 바로 저 두 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 나랑 2살밖에 차이 안 나셨고, INFP 셨다 (필자 INTP). 그리고 웃겼던 것이 그분도 내 나이를 좀 걱정했는지, 나이에 대해 물어보면서 혹시 20대 중후반 아니시냐고, 처음엔 25살인 줄 알았다고 하셨다 (내가 중간에 출장 갔다 왔다 이런 이야기해서 아 학생 아니고 직장인 이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20대 중후반으로 예측하심). 그래서 내가 30대라고 하면서 내 나이 말해주니 엄청 놀라하셨다. 뭔가 나도, 토끼씨도 서로를 좀 조심스럽게 대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나도 그렇고 토끼씨도 그렇고 나이차이 좀 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MBTI 도 내가 좋아하는 인프피 셔서 좋았다.
2. 오먹리
메뉴 고를 때도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최근에 학회에서 초청 강연 연사들끼리 모여서 양식집에서 밥 먹은 적이 있는데, 나는 거기서 제일 비싼 오징어 먹물 리조또를 시켰고, 앞에 앉아 계시던 내 선배인 교수님께서도 “오 그럼 저도 그거요” 하고 같은 메뉴를 시키셨다. 근데 이게 맛은 있는데 중간에 먹다 앞에 앉아 계신 교수님을 봤는데, 입술이랑 이빨이 전부 시꺼메지셨었다. 그래서 핸드폰 거울로 나를 보니 나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like 몰리얌.
이랬던 경험을 기반으로, 토끼씨랑 갔던 양식집 메뉴판에 오징어 먹물 리조또가 있었을 때 뭐 저것만 안 시키면 되겠네 했는데 토끼씨가 “리뷰 보니깐 오먹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하셨고 오먹리를 시키게 되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적게, 조심스럽게 먹어야지 했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어서 나중엔 폭주해서 다른 메뉴는 거의 안 먹고 저것만 먹었는데, 다행히도 (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술이랑 이빨이 까매지진 않았다. 오징어 먹물도 종류가 있는 건가 아님 하늘이 도운 건가 암튼 다행이었다.
3. 후배의 당부와 추천 책
처음으로 하는 소개팅 (비슷한 것)이여서 가기 전에 주변에 조언을 구했었다. 후배가 해줬던 조언, 1) 물리 이야기 금지 2) 오버워치 이야기 금지, 3) 전여친 이야기 금지 4) 밥 먹는 속도 맞추기. 나름 다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취미 이야기 할 때 내 취미는 책 읽기라고 말한 건데, 어떤 책 읽냐는 질문에 이방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울 우울한 책들, 물리 관련 책 이야기 하지 말고 대중적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야기하자고 계획하고 갔다. 예상문제가 출제되었고 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재밌게 읽었다고 했고, 토끼씨가 안 읽어봤는데 한번 빌려서 읽어보겠다 해서 같이 빌려서 읽기로 해서 읽고 있다. 이게 바로 미래를 예측하는 물리학자의 철저함이랄까? 후후
4. 빵집 관련 질문
아무래도 단골손님으로 알게 된 관계다 보니 빵집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중 내가 궁금했던 것이 빵집 사장님이랑 혈연관계인지? 였고 아니라고 답변을 해주시면서 그 질문을 많이들 물어본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말해줬는데 1. 일단 너무 친절하심 (가족 사업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적극성 + 친절성), 2. 안에 있는 직원분 중 한 분을 “고모님”이라고 부르시는 걸 목격함 이였다. 보통 나이 많은 여성분을 지칭할 때 이모님을 많이 쓰고 고모님은 진짜 혈연관계에서 쓰는 것 같아서 그렇다. 2번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는데, 직원분들 중에 한 분은 이모님은 한분은 고모님인데, 사장님이 정해주신 호칭이고 이모님은 사장님과 혈연관계가 아닌 남이 신데, 고모님은 사장님 동생분이라 했다. 사장님 관점에서 직원들이 부를 호칭을 정한 건데 생각해 보면 저게 맞아서 미스테리가 풀리고 재밌었다.
5. 최종 후기- 이상형 설정 완료
점심쯤에 만났는데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고, 카페 갔다가 이야기하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어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이번에 토끼씨와 만남을 계기로 나의 이상형 설정이 완료가 되었다. 공허함을 달고 살고 물리만 해서 현실감각 떨어지는 나에 비해,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생활력 강한 사람. 또 (막 퍼주는) 내 사랑을 안정적으로 다 받아주고 내가 불안감을 안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상형_real_real_final.hwp 이고 이제 이 기준을 충족시키면 다른 점들은 괜찮다. 이 관점에서 토끼씨는 내 이상형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키는 크게 상관없지만 그래도 크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토끼씨는 키도 크시다! 이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더 이상 고민은 안 하고 적극적으로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