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했어요.

떠남도 다정할 수 있다는 걸

by 복자

그동안 고생했어요.

우리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밝았고,

트로트를 좋아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TV에 아는 사람과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나오면

신기하다며 놀라워하셨고,

사람들과 인사와 농담을 나누는 걸 참 좋아하셨다.


나는 그 밝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마치 해가 매일 뜨는 것처럼,

아버지도 늘 그렇게 곁에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트로트를 틀어보아도, 따라 부르시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그 마지막 인사가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맴돈다.


꼭 아버지께서 말씀을 건넨 것도 아니고,

눈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주 고요하게,

아주 오래 바라보셨다.


그 시선에는

무언가 다 담겨 있었다.


내가 앞으로 잘 살아야 할 이유,

아버지께서 말없이 내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까지.


나는 그걸 알아차리는 데에 참 오래 걸렸다.


나이가 바뀌었고,

계절이 바뀌었고,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일상’이라는 이름의 파도에 휩쓸리며

몇 번이나 그 기억을 뒤로 밀어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TV를 보면

아버지께서 좋아하던 트로트 채널,

목마를 태워주는 부녀의 모습,

아버지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말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내 안에서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다.


아마 그건

이별이 아니라

사랑의 마지막 형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떠난 사람이 준 다정함을 등에 업고,

조금만 더, 단단하게 살아보자고.


그동안 고생했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