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어느덧 새 학기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설레는 축제 같았겠지만, 부모님들에게는 매일 아침 거대한 산을 넘는 고군분투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새 학기 준비로 분주한 요즘, 부쩍 많아진 신입원생 상담을 하며 부모님들의 절박한 마음을 읽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님들의 눈빛에는 ‘학업’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돌봄’에 대한 간절함이 섞여 있었습니다.
상담에서 저는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성적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됩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오기 전부터 아이들을 학원에 장시간 가둬두고, 단어 받아쓰기 같은 지루한 암기식 학습으로 영어를 질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제 고집 때문에 때로는 “더 빡세게 시켜달라”는 부모님들을 정중히 거절하기도 합니다. 다른 학원을 알아보심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제가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보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였기에, 이번 방학에도 특강 대신 수업의 절반을 ‘액티비티’ 준비에 쏟아부었습니다. 영어가 공부가 아닌 놀이로 다가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현실은 제 철학만 고집하기엔 더 복잡했습니다. 맞벌이 부모님들에게 겨울방학은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사라지는 거대한 '문턱'입니다. 회사를 지키면서도 아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분들에게, 학원은 단순히 공부하는 곳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내 교육 철학을 지키면서, 부모님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 요즘 제 다이어리에는 이 질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도, 부모님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즐거운 머무름'의 공간. 그것이 제가 찾아야 할 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긴 시간 학원에 머물더라도 그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일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부모님께는 안전한 돌봄의 공간을 제공하고, 아이에게는 영어라는 새로운 세상과 친해지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사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씁쓸한 현실 속에서, 제가 내놓은 답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내일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표정이 어둡지 않기를 “선생님, 저 오늘 학원 오는 게 너무 기다려졌어요!” 라는 그 한마디를 들을 수 있도록 매일 진심을 다해 수업을 준비하려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행복으로 채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공부도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