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 메트릭스와 타율
야구에는 많은 상이 있다. 다승왕, 세이브왕, 홈런왕, 도루왕 등 상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꽤나 이름이 특이한
상이 있다. 바로 타격왕이다. 그해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에게 주는 상인 타격왕은 왜 타율왕이 아니라
타자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타격'왕이라는 칭호로 불릴까?
과거 안타를 많이 치는 것이 좋은 타자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가 가장 잘 치는 선수로 여겨졌고, 오래전 일본에서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에게
타격왕 상을 부여했다. 이는 자연스레 한국으로도 들어와 타율왕 = 타격왕이라는 인식이
생기며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2024 KBO타격왕인 SSG의 에레디아 선수를 보자. 타율. 360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하고, WAR 4.42, WPA 5.57(전체 4위)로 작년 한 해 최고의 용병들 중 한 명 이였음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왜 제목에는 타율이 의미 없다고 써 놨을까?
시선을 KBO에서 MLB로 돌려보자. 조금 극단적인 예시인 선수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김하성선수의 동료로도 알려져 유명한 루이스 아라에즈 선수의 스탯, 그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스탯인 안타와 가장 현대적인 스탯인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를 같이 비교해 보겠다.
2024년, 2023년, 2022년 3년 연속으로 다른 팀에서 타격왕을 수상한 루이스 아라에즈 선수는 대단한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 3년 그의 타율은. 314 /. 354 /. 316이다. 그러나 그의 승리기여도는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1.3 / 3.3 / 4.4이다. 23년과 22년의 승리기여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작년 승리기여도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타격왕'의 승리기여도가 1.3이라니. 타격왕이 팀을 세 번이나 옮겼다는 거 자체부터가 이미 그의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올 겨울시장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선수 중 한 명이다.
3년 연속 타격왕의 승리기여도가 낮은 이유는 꽤나 명확하다. 아라에즈 선수가 정말 안타'만' 잘 치는 극단적인
컨택형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안타는 대부분이 1루타로, 장타율이 낮고, 그의 수비와 주루는 정말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그의 주력은 하위 30% 수준이며, 특히나 그의 수비는 정말 최악이다. 24년 그의 OAA
(Outs Above Average의 약자로 같은 포지션의 평균적인 수비수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많은 혹은 적은 아웃을 만들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13으로, 압도적으로 낮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아라에즈가 놓친 공들로
인해 없어진 김하성 선수의 수비 하이라이트가 매우 많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안타의 대부분이 1루타며 선구 안 또한 그리 뛰어난 타자는 아니기에 OPS도한 낮다.
24년 ops는0.739로 평균적으로 잘하는 타자라고 여겨지는 0.8 이상의 ops조차 기록하지 못하였다. 때문에
안타만 가지고 타격왕으로 불리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아라에즈 선수는 정말 극단적인 예시로,
역대 대부분의 타격왕은 홈런, 장타율이 매우 준수하다.
이 선수를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안타의 가치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기대득점률로
따져보았을 때, 안타나 볼넷이나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스탯은 안타와 볼넷을 모두
합친 지표인 출루율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극단적인 예시로 카일 슈와버 선수가 있다. 23년 1할 타율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한데,
타율은. 0.197 인 것에 비해 출루율은 0.343, 그리고 47 홈런을 기록였다. 필리스의 붙박이 1루수로 나섰고,
그해 그의 득점창출력은 아라에즈 보다 오히려 높았다.
다시 먼저 언급했던 24년 KBO 타격왕 에레디아 선수의 출루율을 보자. 그의 출루율은. 399로 5번 중 2번은
1루에 도착하는 스탯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한 이치로의 mlb데뷔년도
출루율이 0.381이었다). 이런 높은 생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높은 승리기여도를 뽑아낼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타율이 높은 선수가 타격왕이라 불렸던 이유는 타율이 높으면 대게 출루율과 장타율 또한 같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율만 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위 아라에즈 선수의 예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야구팬들 그리고 더 나아가 야구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통적으로
깔려있는 안타와 타율의 가치보다 다른 통계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 볼넷과
안타의 득점 기대치는 거의 비슷하다. 통상적인 인식으로는 안타를 많이 치는 것을 선수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볼넷의 가치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고, 타율보다 출루율을 높이는 야구를 하는 것이 결국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가지고 야구를 본다면 선수의 가치를
다시 판단할 수 있고, 더 재밌게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