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에 대한 안쓰러움
집으로 귀가하던 중 동네 빌라 작은 화단옆 쓰레기더미에 종이컵에 심어져 버려져 옆으로 뉘어져 선인장이 눈에 띄었다.
눈으로 흘깃 보곤 몇 발작 걷다 멈칫했다.
잠깐 서서 고민하다, 뒤로 돌아서 종이컵을 주웠다.
집에 들어와 빈 화분에 흙을 담아 선인장을 심었다.
살 수 있을까?
죽으면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매일 들여다보게 됐다.
달랑거리며 떨어질 듯 붙어 있던 부분을 잘라서 툭하고 흙에 꽂아뒀는데. 몽글하고 작은 싹이 올라 올라왔다.
하나가 올라오더니 하나가 더 올라왔고, 모체에 길쭉하게 한 줄로 또 올라왔다.
내 눈엔 토끼모양 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작은 동물 두 마리가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백도선은 꽃보다도 그 특유의 토끼 귀 모양 마디가 새로 돋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더 큰 식물입니다. 지금 위로 길쭉하게 올라오는 부분들도 햇빛을 듬뿍 받으면 나중에 그 끝에서 또 다른 작은 귀들이 쏙쏙 올라올 거예요.
관심을 너무 과하게 준 걸까? 잘라 심었던 쪽은 과습인지 죽어버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상태로 자라고 있다.
살아있는 것이다.
척박하고 메마른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선인장의 에너지와 생명력, 겉은 가시로 날카로워 보이지만 안은 수분을 저장하고 살아내는 강인함이 있는 식물이다.
과학적 에너지: CAM 광합성
선인장은 다른 식물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듭니다. 이를 CAM(Crassulacean Acid Metabolism) 광합성이라고 합니다.
밤의 에너지 축적: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낮에는 숨구멍(기공)을 꽉 닫고, 밤에만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효율적인 생존: 밤에 저장해 둔 이산화탄소를 낮 동안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당분으로 바꿉니다.
느리지만 강한 생명력: 성장은 더디지만, 아주 적은 자원으로도 극한의 환경을 버텨내는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이 버려진 다는 건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픈 일이다.
쓰던 세간살이들도 쓰다 보면 정 이 드는 법인데 말이다. 종종 나이 드신 어르신분들은 사용도 못할 정도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엄청나게 쟁여두곤 하기도 한다. 어렵게 사셨던 옛날 생각에 그럴 수도, 정신적인 궁핍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것 같다.
쓸모를 다해 고장 난 물건 들은 고물이 되어 재활용되어 새로이 탄생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명이 붙어 있는 애완동물들도 무수히 버려진다. 버려진 아이들도 입양해서 사랑을 주면 사랑받는 만큼 빛이 난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안쓰러움 은 측은지심이 나 정이 많은 사람들의 몫은 아니다.
버려지면 안 되는 것들은, 함부로 버리지 말자.
올여름엔 주워온 선인장에 새흙을 채워서 베란다 창문 햇빛이 가장 좋은 곳에 두어야겠다. 죽지 말고 쑥쑥 자라 꽃이 피는 것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