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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감생심

전혀 그런 맘이 없었지만 이제 조금은 그렇게 되고 싶다.

by 윤 슬

태어나서 스스로 종이에 적어본 첫 글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어릴 적 시대에는 선행학습이란 게 없었다.

처음 연필이나 색연필을 잡아봤던 것도 글씨는 아니었을 테고, 어수룩한 그림 그리기였을 것이다.

한글을 모르고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부모님 학벌이 좋았던 아이거나, 배움에 한이 있어, 교육에 남다른 열의가 있던 부모님의 아이 들은 한글쯤은 떼고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나의 부모님, 초등학교 중퇴의 학벌을 갖고 있다.

배운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자식들한테도 까막눈인 것을 숨기려고 했던 세대...

먹고살기 바빴을 테고, 당신들도 글을 모르니 자식들을 가르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집안살림이 좀 나아졌을 때 여동생과 남동생은 유치원에 보내 한글을 배우게 헸다.

엄마는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 출금종이에 당신의 이름만 간신히 쓰시곤 했다. 아니면 우리에게 써달라고 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썼던 글자는 기역니은이었을 테고, 나의 이름 석자,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국민학교 때 숙제로 쓰라고 했던 일기, 그것이 나의 첫 글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일기장, 중학교 때 일기장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에, 종종 그때의 순수함과 유치함 조차 그리워하며 웃으며 읽곤 한다.

글을 쓴다는 건 나의 마음 생각 그때의 분위기를 적어내는 것 같다.

국민학교 시절 나는 오늘은, 이라고 시작하며 쓰던 일기, 사춘기 십 대엔 뭔지 모르는 가슴속의 일렁임을 짧은 글로 시처럼 적어보기도 했었고, 성인이 되어선 일기라기 보단 일정들을 기록하곤 했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되면서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기보다, 싸이월드라는 매체에 사진과 짧은 메모들을 남기기도 했고, 그 안의 비밀다이어리라고 나의 사랑, 치부, 사회생활의 힘듦 등을 몰래 적어놓기도 했다.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좋아하면서 감수성, 또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글로 적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의 꿈을 꾸고 공부를 하는 사람 타고난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는 사람, 풍부한 감수성을 글로 풀어 적어낼 수 있는 시인이나 에세이스트

아무리 타고나는 것이 있어도 더 많은 노력 그리고 운도 있어야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난 작가의 꿈을 키운다거나 해본 적은 없었다.

책을 쓰고 출판을 하는 분들은 그저 우러러 볼만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는 작사가 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대중가요 가사들이 어쩜 내 얘기 같아 하는데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십 대 후반 어느 순간부터 지역구민 참여란에 시 나 짧은 글을 적어 보낸 적이 있었다.

세 번 정도 지역잡지에 글이 올라갔고, 인천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를 모집한다고 해서 두 번 보냈더니 두 번 다 뽑혀서 스크린도어에 내가 쓴 시가 붙어있는 걸 보니 은근 뿌듯했다.

브런치스토리란 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2년 정도 되었다.

서랍에 적다 완성도 못하고 방치했던 글들을 "그래 마무리를 해보자"하고 완성시키는 걸 목표로 했고, 우연히 도서관 시민강의로 글씨기 수업을 5회 정도 받고 나서 브런치작가 신청을 해보았다.

"작가님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몇 번 신청해도 떨어진 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봤기에 한 번에 바로 합격했다는 게 놀라웠다.

연재를 시작해 본다고 나와의 약속, 몇 분 안 되지만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 주 1회 글을 올린다는 게 조금 버거웠던 게 사실이지만, 나처럼 평범한 중년의 아줌마도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는 출간작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싶다.

꾸준히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그냥 하다 보면 하게 될 거예요

브런치앱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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