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솜 같은 함박눈이
조용히 그리고 무섭게 내리던 겨울이었다.
우리는 루체를 기다렸다.
케이지에서 나온 루체는 생각보다 작았다.
막 결혼 생활을 시작한 우리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루체는 하수구에서 지내다 구조됐다.
길에서 태어난 건지,
누군가 키우다 버린 건지는 알 수 없다.
겁이 많았던 루체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낀 곳은
아파트 단지 안, 어두운 하수구였던 것 같다.
어느 날처럼 입양 홍보 글을 찾아보다 루체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데려오자고 마음을 모았다.
새벽까지 긴 신청서를 작성해 보냈다.
그렇게 루체는 우리에게 왔다.
작은 고양이가 거실을 돌아다니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귀여움은 잠시였다.
루체와 우리는 서로의 싱크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발톱 깎는 것조차 어려워서 병원에 맡겼다
소화력이 약한 줄 모르고 밥을 많이 줬다가 토하게 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밥 먹을 땐 모든 걸 멈추고 조용히 지켜봐야 했다.
루체랑 진짜로 친해지는 데엔 1년쯤 걸렸다.
요즘은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워도 야무지게 잘 먹는다.
목마르면 알아서 물도 챙겨 마신다.
담요를 깔아주면 무릎 위로 올라오고
아침마다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며 골골송을 불러 준다.
햇살 좋은 날엔 베란다 문 앞에서 조르기도 한다.
쭈구리였던 루체는 이제 당당히 요구할 줄 안다.
옷에 묻은 루체 털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집에서는 치우기 바빴던 그 갈색 털이
밖에서는 얇은 웃음을 짓게 한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찾아온 루체는
어느덧 우리에게 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