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
아깽이에서 성묘까지 40마리 고양이의 폭풍성장기.
등장묘 수가 거의 “삼국지” 수준이었고, 고양이와 협업한 17년의 기록이 박경리의 “토지”같은 대서사시를 방불케 했다.
처음 책을 받아 목차를 보고 대충 훑어보는데, 주인공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고 매력이 넘쳐서 요새 마당냥이를 좋아하고 있는 아홉 살 딸에게 책을 다 읽고 나서 선물하기로 했다.
고양이들과 어떻게 인연이 되었고, 어떤 일들과 추억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사연부터 갑작스러운 죽음에 안타까운 이야기,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마찰로 인해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던 내용 등 고양이들과 지내며 있을법한 이야기들은 모두 들어 있었다.
운영하는 카페 주변으로 몇 년 전부터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한참 잘 지내다 안보이거나 갑작스레 죽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호두, 네로, 돌쇠, 아깽이 호박이와 이방묘 몇 마리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옆에서 도자기 샵을 운영하는 친구가 잘 챙겨 먹이고 돌봐준 덕분이다. 아주 새끼일 때 길에서 데려와 하루 돌봐주고 다음날 좋은 가족을 만난 모래라는 친구는 정말 축복받은 케이스였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 안에 희노애락이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사람들처럼 감정에 잘 휘둘리지도 않는 것 같고 참 당당해 보인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세상에 참 많은 길고양이들이 있다.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아프지 말고, 희생당하지도 말고 잘들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