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 어둠 속에 눈을 떴다. 남편과 아이는 여전히 꿈나라다. 10분 뒤면 우리 집 꼬물이가 꼬물꼬물 움직이며 잠에서 깨겠지. 따뜻한 이불속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베개 아래에서 나와 함께 잠들었던 스마트폰을 깨웠다. 카톡 알림 861개. 익숙하다. 내가 잠든 사이에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이 수다를 떤 흔적이다. 친구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나 처음부터 쭈욱 훑어봤다. 직장 동료 이야기, 한국의 교육 문제 이야기, 취미 생활 이야기. 시끄럽게도 동시에 조용하게도 신나게 수다를 떨었구나. 카톡 대화는 2시간 전에 끊겨있었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다들 저녁 먹으러 갔나 보다. 누운 자리에서 나도 채팅방에 메시지 하나를 쓸까 하다가 곧 아침 전쟁이 시작되면 어차피 대화가 끊길 것이니 이따 남편과 아이를 다 보내고 연락을 해야겠다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아침 전쟁에 투입되었다. 씻고, 아침을 차리고, 남편과 아이의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고, 아이 아침 공부를 봐주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또다시 고요한 집안. 커피 한 잔을 내리며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지금 한국은 몇 시지?’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기 전 무의식 중에 한국 시간을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다. 시차 계산은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아, 애들 잘 시간이구나..‘ 그렇게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내가 미국에 있는 사이에 결혼을 했다. 내가 미국에 온 게 20대 후반이니, 그때부터 친구들은 결혼 적령기였던 것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내가 받은 모바일 청첩장만 몇십 장. 그중에 단 한 번의 결혼식도 직접 가서 축하해주지 못했다. 친구도 내 사정을 이해하고,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은 한가득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내리는 순간, 새로운 출발점에 선 나의 친구,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예쁘고 멋질 날, 그날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내가 애초에 미국에 온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해외에 살면서, 그것도 시차가 정 반대인 나라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절대 떠나지 않는 감정이 있다. ‘외로움’, 그리고 ‘미안함’.
외로움과 미안함 중 아직까지는 외로움이 더 크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가족과 친구들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에 옆에서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이 더 커지는 순간이 분명 올 것 같은데 그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