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by 작가 다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9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그 나이에 지나간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어느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떠올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은 지금이 될 것 같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한, 큰소리로 싸울 일이 거의 없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많은 우리 부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고, 별 것 아닌 일에도 깔깔거리며,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소리 지르는, 자기 전에 사랑한다 말하며 꼭 안아주는 5살 딸.

꿈에 그리던 직업, 교수가 되어 연구와 티칭에 몰두하는, 저녁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는 꼭 본인이 하겠다는 남편.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아침에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나.

저 먼 한국에서 우리를 걱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여전히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 양가 부모님.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가정과 행복을 꾸려나가는 우리의 형제, 자매들.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정말 정말 가족 같은 미국에서 만난 한인 가족.

우리 가족을 명절 가족 모임에 항상 초대해 주고 챙겨주려 하는 고마운 미국 친구들.


그야말로 큰 걱정이 없고, 좋은 사람들로 둘러싸인, 그래서 행복으로 가득한 인생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다. 물론, 하루하루 우리 가족이 맞닥뜨려야 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다. 여전히 영어가 불편하고, 주기적으로 외로운 감정이 찾아온다. 여전히 매달 2000달러가 넘는 집 렌트비를 내며 생활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은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서 언어의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더욱 자주 연락해야지, 이곳에서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지인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 얼른 돈을 모아서 우리의 첫 집을 장만해야지. 작은 어려움들은 우리가 이루어야 할 목표가 된다. 그리고 매일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런 나날이다.


이전 15화취미 부자의 또 다른 취미는 캠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