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부자의 또 다른 취미는 캠핑입니다.

by 작가 다영

나는 취미가 참 많은 사람이다. 독서, 글쓰기를 비롯해서 피아노 연주, 손뜨개, 그림 그리기, 드라마 보기, 요리 등의 취미는 나를 늘 바쁘게 만든다. 그런데 미국에 온 뒤로 온 가족과 함께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바로 ‘캠핑’! 과거의 나는 캠핑을 떠올렸을 때, ‘궁금하기는 한데, 내가 굳이 해볼 것 같지는 않은’ 그런 일이었다. 편안한 호텔을 두고 힘들게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 굳이? 벌레는 극혐 하는데? 그랬던 내가 이젠 캠핑이 가고 싶어서 여름만 기다린다.


캠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좀 슬프다. 미국 중서부 작은 도시에서 살다 보니 주말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가 꽤 제한적이었다. 날씨는 끝내주게 좋고, 이렇게 좋은 날 어디 여행이라도 다니고 싶은데, 주변 도시로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숙박비에, 식비에, 각종 입장료에 돈이 너무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닌가?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남편이 생활비로 학교에서 받는 돈은 우리 세 가족이 숨만 쉬며 생활해도 바닥이 나는 정도였다. 우리는 아끼고 아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캠핑이다. 텐트만 있으면 어디든 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캠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비교할 순 없지만, 이곳은 캠핑장이 정말 정말 많다. 심지어 집 근처에도 20분, 30분 거리에 여러 캠핑장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디든 캠핑을 다녀올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캠핑을 자주 다니기로 마음먹고, 우리 가족은 월마트로 향했다. 100달러 남짓하는 6인용 텐트와 개당 30달러씩 하는 캠핑의자를 샀다.(당시에는 이것도 꽤 큰 지출이었다.) 텐트와 캠핑의자만 있다면 나머지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다른 캠핑 장비를 사지 않고 집에 있는 것들을 챙겨 다녔으니까. 음식은 어차피 캠핑장에서 다 해먹을 거니까 재료만 사서 가거나 밀키트처럼 미리 집에서 손질을 해가면 된다. 컵이나 접시는 일회용품을 사용했고, 냄비, 프라이팬, 집게, 가위 등의 식기는 우리 집 주방에서 챙겨갔다. 이불, 베개도 집에서 쓰던 것. 물론 챙길 것이 너무 많아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아이가 타고 있는 차 뒷좌석까지도 짐으로 채워야 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일이 많다. 텐트 치는 것부터 해서 짐 정리하기, 불 피우기, 저녁 준비하기.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동안 아이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줍고, 자연에서 신나게 뛰어논다. 고요하고, 시원하고, 향기롭다. 밤하늘의 별이 쏟아질 듯 반짝거린다. 장작 타는 소리가 배경 음악이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한다. 다닥다닥. 새벽에 한두 번 이슬비가 텐트에 부딪히는 소리에 깬다. 동이 틀 무렵, 작은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어떤 동물일까 상상해 본다. 잠시 뒤 새들이 아침 수다를 떠는소리에 완전히 잠에서 깬다. 늘 고요한 건물 속에서만 잠을 자다가 자연 속에서 수많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몸과 정신이 더 건강해지고 맑아진 기분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에게는 캠핑 메이트가 있다. 마음 잘 맞는 한국 가족. 아이들 나이도 같아서 아이들끼리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잘도 논다. 어른들도 결이 잘 맞아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편하고 재밌다. 캠핑 메이트 없는 캠핑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항상 같이 다닌다. 이번에는 어떤 요리를 할까? 어디를 가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계획을 세운다.


현재, 10월이 되었지만 낮에는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간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가을 날씨가 허락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우리는 내일 또 캠핑을 떠난다. 늘 그랬듯이 안전하게, 즐겁게 잘 다녀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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