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디폴트값

by 야옹이


우리는 종종 하루를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알람 소리에 쫓겨 일어나고,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고,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떠올린다.

그러나 하루를 열기 전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살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묻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면,

외부의 요구가 곧 내 하루의 디폴트값이 된다.

만약 내가 힘든 상태라면, 없는 것보다

이미 가진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그것은 억지로 긍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오늘을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할 때,

감사라는 단어는 종종 무겁게 들리지만,

사실 그것은 “있는 것을 바라보기”라는 아주 소박한 태도에 불과하다.

그저 그런 보통의 상태라면,

반쯤 찬 유리잔처럼 중립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고,

스스로 깎아내리지도 않은 채 그저 두는 것.

중립기어의 하루는 특별히 빛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주고 많은 것을 지켜준다.

반대로 에너지가 넘칠 때는 없는 것,

갈망하는 것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결핍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부족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갈망이야말로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결국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느냐는

내가 어떤 디폴트값을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상이 나를 끌고 가기 전에,

내가 하루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정하는 것.

하루의 기본값을 내가 먼저 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루는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성을 가진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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