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의 은유, 관계의 진실

by 야옹이


장님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팡이를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도구가,

시야가 열리는 순간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것이다.

인간관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의 지팡이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누군가를 지팡이 삼아 의지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팡이처럼 쓰이는 관계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더 이상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혹은 관계의 균형이 깨졌을 때, 그동안의 헌신은 너무도 쉽게 잊힌다.

차갑지만, 관계가 가진 도구적 성질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은 달라진다.

나는 단순한 지팡이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눈이 떠진 후에도 여전히 곁에 두고 싶은 황금지팡이가 될 것인가.

황금지팡이는 기능을 넘어선다.

그것은 단순히 필요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기쁨이 되기에 곁에 남는다.

우리는 종종 버려질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필요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넘어선 가치를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의지가 되었고, 빛 속에서도 여전히 의미가 남는 사람.

그것이 관계의 궁극적인 완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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