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변화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산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를 지배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정체이고,
정체는 곧 퇴보라는 문장은 마치 법칙처럼 주어졌다.
그래서 변화를 힘들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뒤처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변화가 반드시 기본값일 필요는 없다.
삶은 늘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이 반드시 방향 전환이나
극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도 하나의 움직임이다.
머무름은 변화의 반대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존재 방식이다.
우리는 종종 ‘변하지 않음’을 두려움이나 무능력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는 태도는
삶을 버티는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한다.
산은 늘 그 자리에 머물며 세월을 견딘다.
바다는 파도를 반복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머무름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그 흐름 자체가 이미 변화를 포함한다.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하는 프로젝트’로 여긴다.
그러나 인간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존재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를 가진다.
변화는 선택일 수 있고, 머무름도 선택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을 택하든, 그것을 나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점이다.
나는 죽기 전까지 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실 자기 비난이 아니라 자기 고백일 수 있다.
변화가 힘든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성숙일지도 모른다.
삶은 변화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머무름 또한 의미가 있다. 머물러 있는 그 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