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by 야옹이


우리는 종종 말이 상대에게 정확히 닿아야 한다고 믿는다.

설명은 친절함의 한 형태로 여겨지고,

이해받는 것은 관계의 목표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어떤 말들은 굳이 도달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도록 허용될 때 제 역할을 다한다.

나의 말도 그렇다. 하나의 선언이라기보다,

여러 악장이 느슨하게 연결된 교향곡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처음 몇 마디에서 멈추고,

어떤 이는 끝까지 따라오며 자신만의 해석을 붙인다.

말의 효용은 전달이 아니라 여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점점 설명 대신 여백을 두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통과시켜 재구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통제의 영역이 아니라 관찰의 영역에 놓이게 된다.

듣는 이가 가진 그릇만큼만 담아가는 일

어쩌면 가장 자연스럽고 정직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강요하지 않는 태도는 무관심과 다르다.

오히려 그것은 관계에 대한 어떤 신뢰를 담고 있다.

말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일 뿐이고,

해석은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작업이다.

음악이 듣는 사람의 기억에 따라 장르를 바꾸듯,

문장은 상대의 삶에 기대어 다른 표정을 얻는다.

대부분의 말은 완성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귀에 닿는 순간부터 다시 조립되고 새로 탄생한다.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은 설득이 아니라 건네는 행위에 가깝다.

이해는 목표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남겨두는 편이 훨씬 우아할 때가 있다.

결국 말은 누군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안쪽 어딘가에 잠시 머문 뒤 조용히 사라지는 방식으로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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