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줄기가 자라고, 나이가 들면 뿌리가 자란다.

by 야옹이


우리는 종종 성장을 ‘위로 뻗는 것’이라고 배운다.
어릴 때의 성장은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키가 자라고, 기술이 늘고, 사회적 역할이 커지며
세상이라는 넓은 풍경 속에서
조금 더 멀리 도달하기 위해 줄기를 세운다.

이 시기에는 줄기의 높이가 곧 존재의 증거였다.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는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설명해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성장의 방향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이상 위로 크게 뻗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쪽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 시기의 성장은
마치 뿌리가 깊어지는 과정과 닮아 있다.

우리는 더 크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대신, 더 단단히 버티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과 관계를 고를 때
예전처럼 수많은 가지를 뻗지 않고,
오히려 몇몇 소중한 방향에
집중해서 뿌리를 내린다.

감정도 깊어진다.
젊을 때처럼 모든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안에서 어떤 것이 진짜 중요한지
조용히 분별할 수 있게 된다.
삶을 지탱하는 믿음과 태도는
더 단단해지고, 더 개인적이 된다.

어릴 때의 성장은
세상에 나를 알리는 일이라면,
나이 든 후의 성장은
나에게 나를 돌려주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늦게서야 이해하게 된다.
성장은 줄기의 길이로 측정되던 것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서
얼마나 깊게 뿌리를 내렸는가로 판단되는 것이다.

세상이 흔들릴 때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위로 뻗은 가지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간 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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