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알고도 반복하는 고통

by 야옹이


보고자: Zeta 행성 4군 감각분석관
관찰 대상: 지구 종족 ‘인간’
관찰 주제: 사랑이라는 감정의 반복 구조


지구 종족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너지로 여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감정은 이들에게 가장 자주 고통을 안긴다.

이 종족은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준다.
마음을 주고, 시간을 쏟고, 기대를 품고,
때로는 자아의 경계까지도 허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사랑이라고 부른 감정은
불안, 거리감, 상처, 후회 같은 것들로 바뀌어간다.

흥미로운 건,
그들은 그 과정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과거의 기억, 아픔, 실망이 모두 남아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는 희망으로 다시 문을 연다.


사랑은 이들에게 일종의 정서적 회로처럼 보인다.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거절당했던 기억이
다시 반복되는 구도로 드러난다.

이 종족은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 하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하며,
때로는 과거의 감정을
다른 이름으로 복원하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 회로는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구조 속에서
다른 얼굴의 아픔을 겪는다.


더욱 특이한 점은,
사랑 안에서 상처를 입은 인간일수록
사랑을 더 갈망한다는 것이다.

이 감정은 단순한 쾌락도 아니고,
완전한 이성도 아니다.
사랑은 이 종족에게
존재를 확인받는 방식이자,
자기를 통합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들에게 사랑은
누군가로 인해 완성되려는 욕망이며,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 감정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가?”


관찰자의 판단으로 보았을 때,
이 반복은 비효율적이며
상당한 감정 에너지 손실을 야기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감정 없이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생존 의지는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은 고통이지만,
그 고통 속에서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종족.

그들은 아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내민다.
그것이 이 종족의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눈부신 특성 중 하나다.


다음 보고 예고:
관계라는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서로의 경계’에 대한 이해 부족 현상에 대하여.

보고 종료.

월, 금 연재
이전 02화감정이라는 복잡한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