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잘 사는 법’을 묻는다.
하지만 조금만 솔직해지면,
대부분의 날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그저 덜 괴로운 상태,
조금은 편안한 상태,
하루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마음의 균형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원하는 상태는 다르다.
어떤 이는 기쁜 상태를 원하고,
어떤 이는 고요한 상태를,
어떤 이는 그저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바란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 상태에 도달하고 유지하는 일은
의지나 긍정적인 마음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때그때 꺼내 쓸 수 있는
능력 카드를 필요로 한다.
이 카드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돈은 분명 하나의 카드다.
건강도 그렇고,
기댈 수 있는 친구,
나를 환기시키는 취미,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체력,
심지어는 사물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변화’ 역시 하나의 카드다.
중요한 점은,
이 카드들이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카드는 평소에 획득해야 하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조금씩 레벨을 올려두어야 한다.
마음이 무너졌을 때
그제야 친구를 만들 수는 없고,
몸이 완전히 고장 난 뒤에
비로소 건강을 준비할 수는 없다.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늘 사전 준비의 결과다.
카드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때부터 우리는
스스로 상태를 조절하는 사람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요동치는 사람이 된다.
날씨 한 번에 기분이 바뀌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작은 실패 하나가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단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종종 성격이나 사건을 이야기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들은 대개 남아 있는 카드가 거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버틸 체력도,
기댈 관계도,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미래를 잠시 유예할 수 있는 자원도
모두 소진된 상태.
카드가 사라진다는 것은
선택지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 점은 노년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반드시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삶을 선택하고 싶어도
건강이라는 카드가 사라지면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줄어든다.
나이가 들수록
얻는 카드도 있고,
잃는 카드도 있다.
젊을 때는 체력이라는 카드가 강하지만
관점의 카드는 약할 수 있고,
중년에는 돈과 경험의 카드가 늘어나지만
시간이라는 카드는 줄어든다.
문제는
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할 때 생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카드들의 능력치는 어느 정도인지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를 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실제로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면
스스로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떤 카드를 준비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이 지점에서
메타인지가 중요한 이유가 드러난다.
메타인지는 똑똑함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지금의 나에게 가능한 선택지와
불가능한 선택지를 구분하는 힘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항상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무너질 때를 대비해
조용히 카드를 모아두는 일에 가깝다.
삶은 언제나 변수를 던진다.
하지만 내가 가진 카드가 충분하다면,
그 변수는 파국이 아니라
조합의 문제로 바뀐다.
오늘의 삶이 조금 버거웠다면,
의지를 탓하기보다
이 질문을 먼저 해보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주 작은 카드 하나라도
오늘 조용히 준비해두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내일의 상태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