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풀어가던 문제를
상대방이 가볍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게 뭐가 어려워?”
“그거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기분은 어딘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에게는 크고 무거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볍고 쉬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나에게 별 것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이 그쯤에서 멈췄다면 서운함만 남았겠지만,
곧 떠오른 마음은
미안함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겠구나.
내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고 쉬워 보여서
“그게 왜 안 돼?”
“그거 별거 아니야.”
무심코 그렇게 말했을 때가.
상대가 얼마나 긴 시간을 걸어와
그 벽 앞에 서 있었는지,
그 벽을 넘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나는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생각해야겠다.
내 능력과 내 기준으로 말하지 않기.
상대의 그릇, 상대의 경험,
상대의 속도에 맞춰서 말하기.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열 수도 있고,
그 마음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정말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