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그 자식은 동창회장이 되면 안 돼!
올해 동창회장이 누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축하보다는 화가 나서 밴드에 안된다고 의견을 올렸다.
그런다고 결과가 번복될리는 없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반격을 40여 년 만에 했다.
그 친구는 원래 일진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선주여서 나와는 좀 다른 세계를 산 것뿐. 그런데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아주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키가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표적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함부로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3종세트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3명이 몰려다니며 함께 나쁜 행동들을 하곤 했기에 나는 쉽게 교정시키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나쁜 짓, 100원씩 뺐는 행위, 을 하고 있길래 내가 가로막았다. 그리고 다툼이 싸움이 되었고 결국 옥상행. 어떻게 알았는지 3놈이 다 올라왔다.
결국 3대 1의 싸움이 되었고 싸움이 막 시작되자마자 진짜 짱이라고 하는 친구가 올라와서 싸움을 말리고는 그들에게 쪽팔리는 짓 하지 말라며 경고하고 갔고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사회를 살면서도 항상 그 3종세트는 마음에서 풀리지를 않았다. 한 때는 한 놈씩 각개전투로 박살내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서 세월은 흘렀고 그는 지금 동창회장이다.
회장 취임식이 있기 바로 직전 그 친구가 전화가 왔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말투였다. 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랬다. 맞은 놈들이 기억하지 때린 놈이 기억하겠냐! 라며 빈정댔다.
그때까지 그 친구의 진정성 있는 뉘우침을 느끼지는 못했다. 한 시간여에 걸친 통화를 하던 중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마음이 느껴졌기에 나는 덕담을 해주었다.
"그래 친구야!
너는 원래 참 노래도 잘하는 착한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너의 행동과 너의 말투가 매우 불량스럽게 변했고 너는 이른바 양아치가 되었다."라는 말을 하곤 "내가 다른 친구에게 니 얘기를 들으니 신앙생활도 하면서 착실하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너는 그 당시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알고 기도하고 너의 죄를 네가 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더 겸손한 말투로 말을 받았고 이제 내 마음은 다 해결되었으니 조만간 만나서 진한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그리고 중간에 체육대회, 등산등 동창회 행사가 있기 전에 친구는 꼭 한 번 내려오라고 여러 번 청했는데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원거리 여행은 삼가고 있어서 고맙다는 마음만 전했다.
그런데 오늘 전화가 왔다.
그 친구가 전화기에 뜰 때 나는 웃었다.
이제 됐다.
친구가 말한다. 덕분에 행사 잘 치렀다고.
그리고 그리움도 전했고 안부도 받았다.
화해란 가해자가 성심성의껏 마음을 열고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는 그 반성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11월의 월요일. 참 기분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