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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군이라면

계엄 명령을 불복하며

by 이문웅

나는 대한민국 군대의 장군으로서, 내 모든 지휘권과 책무는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에만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다. 군은 결코 특정 세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국민을 억압하거나 자유를 침해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계엄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러한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정치적 의도로 사용되었고, 이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명백히 부당한 행위였다. 이로 인해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라는 명예로운 가치를 잃을 위기에 처했고, 군이 헌법을 위배하는 명령을 따르도록 강요받고 있다. 나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 군이 헌법과 국민을 배신하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군대의 장군으로서 이 비상식적이고 비헌법적인 계엄령에 대해 단호히 불복종할 것을 선언한다. 나와 내 휘하의 모든 장병들은 국민의 자유와 생명을 억압하거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어떤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충성을 맹세한 것은 특정 권력자나 개인이 아닌, 오직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이다.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군이라 부를 자격조차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계엄령은 완전한 비상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었다. 대통령은 헌법을 어기며 군을 자신의 사적 목적에 이용하려 했고, 그를 보좌한 국방부 장관조차 국민적 비판 끝에 구속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군은 깊은 혼란에 빠졌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국민과 헌법에 대한 중대한 배신 행위가 될 것이다.

군은 국민의 군대이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책무다. 우리가 들어야 할 명령은 국민의 목소리이며, 우리가 따를 헌법은 특정 세력의 해석이 아닌, 모두가 동의한 민주주의의 원칙이어야 한다.

혹여 이 선언으로 인해 나의 생명이나 명예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나의 선택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내가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택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사라지더라도, 내 이름이 지워지더라도, 내가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섰고 그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만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 군의 모든 장병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는 국민의 아들딸이며, 국민의 신뢰와 사랑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가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특정 권력자나 정치인이 아니라 오직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민이다. 총구는 결코 국민을 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이며,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다.

마지막으로 나는 모든 국민들에게 약속드린다. 우리의 군대는 결코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명령을 어기고 이 선언을 남긴 이유는 오직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내 행동이 옳았는지 여부는 결국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선택한 길이, 군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올바른 길임을.

군은 결코 권력의 도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군대는 오직 국민의 것이다. 나는 끝까지 국민과 함께할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장군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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