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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9)

겨울꽃, 헬레보루스

by 이문웅

얼음 속에 묻힌 시간의 결,

그 위로 흐르는 숨결 같은 꽃잎.

그대의 침묵은 전설처럼,

세상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빛을 탐하지 않는 뿌리는

어둠을 적셔 올리며 말한다.

“살아있음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눈발의 속삭임 사이,

그대의 고운 선율은 울린다.

추위는 칼날이지만,

그대는 상처 속에서 피어난다.


그대는 겨울의 은유,

멈춘 계절 속 흐르는 강물.

침묵과 비밀로 짜인 꽃잎은

시간이 남긴 단서를 품고 있다.


살아 있는 자만이 듣는 언어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그대는 노래한다.

“가장 고요한 순간에,

가장 깊은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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