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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에 관하여

바다의 선물

by 이문웅

명태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명태는 우리의 삶과 음식 문화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하나의 상징이다. 동해의 맑고 차가운 물에서 줄지어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명태의 모습은 바다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이며, 자연의 일부이다. 명태는 한국인의 식탁을 채우는 귀한 먹거리이자,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명태라는 이름은 지역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각각의 이름마다 용도와 의미가 다르다. 동태는 신선한 명태로, 주로 국물 요리에 사용된다. 추운 겨울 동태탕으로 끓여낸 얼큰한 국물은 한겨울의 추위를 녹여준다. 북어는 말린 명태로, 주로 북엇국으로 요리되어 숙취 해소와 체력 회복에 사용된다. 황태는 강추위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데, 황금빛의 부드러운 살결은 고단백 저지방으로 몸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

명태는 단순히 먹거리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철학이 녹아 있다. 특히 가곡 ‘명태’는 이러한 명태의 생애를 아름답게 노래한다. 양명문 작사, 변훈 작곡의 이 가곡은 단순히 명태를 소재로 한 노래가 아니다. 명태의 생애를 의인화하여 삶의 본질과 무상함, 그리고 예술의 영원성을 이야기한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가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가사의 첫 부분은 명태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바다 속에서 사랑하는 짝들과 함께 춤추고 헤엄치는 명태의 모습은 마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어부의 그물에 걸리고, 이후 삶의 여정이 바뀌는 모습은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명태는 단순히 물리적 형태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안주가 되어 그의 고독을 달래고, 나아가 그의 시가 되는 순간 예술의 일부로 승화된다. 이는 명태가 단순한 생물 이상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명태는 한국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차가운 겨울날 북어국 한 그릇은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황태구이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식재료이다. 또한, 코다리는 반건조된 명태로 매콤한 양념과 함께 구워져 술안주로 사랑받는다. 이러한 다양한 요리법은 명태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명태는 뛰어난 영양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명태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식재료이다. 또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하여 피로 회복과 체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특히 명태에 함유된 메티오닌 성분은 간 건강에 이롭고, 알코올 해독 작용을 돕는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칼슘과 비타민 D는 뼈 건강을 증진하며, 성장기 어린이와 노년층 모두에게 이로운 영향을 준다.

가곡 ‘명태’의 마지막 가사는 명태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허허허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는 자신의 몸이 사라질지라도 이름과 의미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 삶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언젠가 사라지지만, 우리가 남긴 흔적과 이야기, 그리고 관계는 오래도록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명태는 바다가 우리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다. 단순히 생선 한 마리를 넘어, 명태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존재이다. 오늘 저녁에는 명태 한 마리를 요리해볼 생각이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와 함께 명태의 이야기를 다시금 음미하며, 바다가 전해준 삶의 깊은 맛을 느껴보고 싶다.

명태여!


푸른 바다 밑, 깊은 어둠 속
어부의 소원은 별처럼 떠오르고
그물에 걸린 몸은 무언의 약속
물결에 실어 보내는 마지막 숨결


파도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숨겨진 곳에서 속삭임처럼
어부의 손길에 다가갈 때
영혼은 바람되어 흩어지리


명태여, 바다의 깊은 마음의 약속
어부의 꿈을 품고 떠나는 길
그대의 몸은 바다의 고요한 노래
시간 속에 남겨진 흔적이 되리


차가운 겨울, 얼어붙은 숨결 속
어부는 그대의 온기를 찾으려
겨울바람을 따라 몸을 내어놓고
그대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네


간주


명태여, 바다의 깊은 마음의 약속
어부의 꿈을 품고 떠나는 길
그대의 몸은 바다의 고요한 노래
시간 속에 남겨진 흔적이 되리


명태여,바다의 깊은 마음의 약속
어부의 꿈을 품고 떠나는 길
그대의 몸은 바다의 고요한 노래
시간속에 남겨진 흔적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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