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작다.
아주 작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우주 밖에서 보면 그저 점 하나에 불과하다.
그 점 위에 우리는 서 있다.
걸으며, 살아가며, 때로는 쓰러진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집이고,
기억의 자리며,
사랑의 시작점이자
죽음의 종착지다.
지구는 특별한 행성이 아니다.
태양이라는 별 주변을 도는 여덟 개의 행성 중 하나이고,
지구보다 더 크고 밝고 아름다운 행성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행성에는
'우리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함이 부여된다.
인간이라는 존재,
이 작고 복잡한 생명체는
자신의 뇌 안에 ‘의식’을 품고
자신의 가슴 안에 ‘감정’을 저장하며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해낸다.
그래서 이 행성은 단지 돌덩어리가 아니다.
이 행성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행성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그렇다.
우주는 조용하다.
폭발도, 소용돌이도, 충돌도 존재하지만
그 모든 사건은 침묵 속에서 벌어진다.
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감정은 흩어지고,
시간은 방향 없이 흐른다.
그러나 이 작은 행성 위에서만
우리는 웃음과 눈물, 그리고
분노로 감정을 전달하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시간의 흐름에 이름을 붙인다.
우리는 아침을 ‘시작’이라 부르고,
저녁을 ‘끝’이라 부른다.
하루의 시간을 조각내고,
그 조각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의미를 기억하고,
다시 전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아무도 듣지 않는 우주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쓴다.
아주 작은 행성 위에서
누군가는 밥을 짓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전쟁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첫 심장을 뛰게 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땅을 밟고,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로 다른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공통적으로
언젠가는 이 행성에 묻히게 된다.
다시 먼지가 되고,
다시 시간 속에 흩어진다.
그 사실이 우리의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가?
아니, 오히려
그 유한성 때문에 우리는 더 뜨겁게 살아야 한다.
이 작은 행성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용서하고, 잊는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약속을 지키고, 또 어긴다.
우리는 신을 믿고, 자신을 의심하고, 다시 신을 부른다.
그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점 위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 점을 ‘지구’라 부르고,
그 점 위에서의 짧은 시간을
‘하루’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루를
오늘 또 살아간다.
아니 살아낸다.
이 아주 창백한 작은 점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