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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Oct 02. 2024

중학교 문 열린 날

-중1 아들 학부모공개수업 참관 소감

올해 중학생이 된 첫째 아이의 공개수업이 있어 지난주 금요일에 직장에 연차를 내고 다녀왔다.

엄마가 간다고 하니 왜 오냐고 펄펄 뛰어서 처음에는 서운했으나 사춘기 아이들의 흔한 반응인 거 같아서 갈지 안 갈지 모르겠다고 불분명한 답변으로 무마하였다.

며칠 전부터 무슨 옷을 입고 갈까 살짝 고민되긴 하였다. 평소 옷을 수수하고 단정하게 입는 편이라 갑자기  꾸민 듯한 옷차림은 어색할 거 같았다. 그래서 아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행사참여이니 갖춰 입은 느낌을 주게 라는 해시태를 머리에 그리며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단정한 청바지에 트위드 재킷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가방을 메고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늘 밀리던 출근길이 한산하고 다른 방향으로 향하니 기분이 묘했다. 약간의 여유를 느낄 때쯤 벌써 아들 중학교에 도착하였고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운동장에 이르니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들의 수업시간에 맞추어 가다 보니 1층 공동체실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이 끝나 학부모 모두 1층 로비의 아이들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가을 축제를 대비해 올해를 상징하는 용을 학생들마다 개성 있게 드로잉 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이름표가 프린트되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지만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라 아들 사인이 적힌 글자를 찾느라 150여 명이 넘는 작품들을 위아래옆으로 훑으며 찾았다.

한참을 찾은 끝에 아들 작품을 찾았다. 빨간 용이 화가 났는지 비늘과 손톱을 잔뜩 세우고 있었다. 어쩜 요즘 사춘기 가시가 뾰족뾰족 난 자기 성격과 그리 똑같이 표현했는지 마음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에 비해 내가 아는 아들의 친구는 그의 성격답게 섬세하고 의젓한 용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작품 수준은 비교되었지만 이후 오후에 차를 마시러 만난 여중 친구들이 개성 있다고 칭찬해 주어 위안이 되었다.


금연엽서우수작품 속에는 아들 작품은 없었다. 예상한 바지만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대단한 미술실력은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흔히 말하듯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면 잘할 거 같다 공부가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던 것 같다.(이후 아들 수학문제지 풀다  어려워서 절망했다 오만한 생각 반성) 그런데 다시 돌아가긴 싫다 ^^



중학교 로비에 들어서자 체육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학생들 또는 쉬는 시간이라 지나가는  학생들이 있었고 이미 선생님들께 안내를 들었는지 깎듯이 90도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중 여고를 다녀 남학교를 들어와 본 적이 없는데 아들을 낳아 이런 경험도 해 본다 싶었다. 이렇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학생 중에 우리 아들처럼 과자 먹다가 소파에 놓고 가서 잔소리 듣거나 집에서 가끔 화난다고 문 쾅 닫고 들어가고 집에서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녀서 옷 좀 입으라고 잔소리 듣는 아이도 있겠지. 집에서는 아직 철부지 모습이지만 학교라는 공간에 교복을 입혀놓으니 공동체라는 자부심 속에 의젓하고 멋진 모습의 아이들도 거란 나름의 상상을 해 보았다. 마치 군대처럼


3교시가 우리 반 공개수업이었는데 조금 일찍 가게 되어 공동체실에서 핸드폰이나 보면 쉴까 하다가 아는 분을 만나 안부를 나누게 되었다. 중학교는 한 과목 선생님이 여러 반을 가르치시므로 다른 과목 선생님 수업을 들어 보려 간다고 하셔서 나도 담임선생님 수업은 아니나 중국어 수업을 참관하러 다른 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서 뒤쪽에 앉았다.


마침 대만 청춘영화의 일부분을 중국어 대사로 듣고 있었다. 아이들은 대본을 갖고 있었고 희망하는 모둠이 나가서 더빙을 입히는 역할놀이 수업이었다. 대만 청춘영화에 흔히 있는 멋있지만 자신은  잘생긴 줄 모르는 남학생을 발랄 엉뚱한 소녀가 좋아하여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코믹 로맨스 드라마였다. 드라마 여학생들의 목소리도 남학생들의 목소리로 더빙되어 녹음되었고 재생되자 대사와 화면은 딱 맞았으나 여학생 장면에 중저음의 사춘기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뒤쪽 어머니들의 입 막은 작은 웃음소리들이 터졌다. 나도 웃겨서 리액션을 크게 했더니 웃음소리가 켰는지 몇 명 남학생들이 뒤를 돌아본다. (미안미안 너무 신선해서)


그리고 중간중간 "하필 사춘기가 세게 온 0반 공개수업이라 오늘 텐션이 좀 약하네, 어 00 평소에는 무척 웃기는데 오늘 엄마들 계시다고 오늘 좀 샤이하네" "야~ 00 이럴 때 대답해 주는 거 센스 있어 칭찬점수 플러스" 같은 중학생 선생님과 아이들 간의 살가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멘트들이 오가서 중학교 수업은 또 이런 재미가 있으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층 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빠져나갔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다 1층 로비(남학교라 여자 화장실이 1층 밖에 없다)에서 중국어 선생님을 만났다. 인사를 하니 "어느 학생 어머니시지요?"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나는 옆반 000 학생 학부모인데 중국어 수업이 궁금해서 들어와 보았다고 수줍어하며 대답을 했다. 선생님은 당연히 우리 아들을 아신다며 수업시간에 성실하게 잘하고 착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나는 아들을 알고 계시는 점에 일단 황송해하며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연거푸 말씀드리고 수업하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하며 서둘러 우리 반 수업을 들으러 4층으로 올라왔다.  


고실을 빼꼼히 보니 전자칠판에 선생님 생신축하해요 글씨와 하트 그림들이 있었다. 봄에 아이들이 담임선생님 깜짝 생일파티를 해 주었단다

아이들이 갑자기 "선생님 큰일 났어요 아이들이 교실에서 싸워요."라고 하셔서 미술실에서 놀란 선생님이 뛰어가셨단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우산으로 창문과 문을 막았고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선생님은 "무슨 일이야~!'라고 놀라셨는데... 문을 열자 케이크와 함께 작은 폭죽 그리고 생일 축하합니다 합창... 이 날의 기억이 얼마나 행복하셨는지 1학기 상담일에 생생한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저 작품은 그날의 추억이 담긴 그림이었고 오늘도 띄어 놓으셨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한 선물이 된다.


담임 선생님은 미술 과목을 맡고 계셔서 미술실로 서둘러 이동했다 이미 부부 동반을 포함하여 5분이 앉아 계셨다. 이번 수업은 컨투어 드로잉과 블라인드 드로잉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평소 활달하신 선생님의 질문에  "네 ~입니다" 씩씩하게 대답했고 선생님은 "우리 연습한 거 아니지? 너희들 오늘 너무너무 인위적이다."라고 말씀하여 웃음을 주셨다. 블라인드 드로링이란 내가 그리는 모습을 보지 않고 사물이나 사람의 얼굴을 그려 군데군데 색칠하면 의외로 피카소의 그림 같은 멋진 작품이 나왔다. 아이들도 안 보고 선긋기부터 친구와 마주 보고 얼굴 그려주기를 하였다.


선생님의 동영상 예시 작품은 역시 미술 선생님이라 가위를 선을 떼지 않고 일필휘지로 그리셨는데 바로 벽에 걸어도 될 정도로 멋스러웠다. 이제 아이들 실습시간. 곧 아이들은 짝을 지어 서로 마주 보았고 우리 아들도 어색하게 친구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미션은 절대 내 연필과 도화지는 보면 안 되는 거였다. 곧 아이들 발표시간이 되자 외향적인 아이들이 손을 들어 첫 발표 레이스를 끊었고 웃긴 모습의 그림으로 친구들의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유발하였다. 그래도 역시 개성 있어라는 담임선생님의 따스한 칭찬이 이어졌다.(내가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역시 평소 내향인의 자녀답게 내향적인 아들은 절대 손을 들지 않았다. 손을 들어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는 아이들 베짱이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선배들의 멋진 작품을 실제로 보여주시어 학부모님들이 감탄했다. 뉘 집 자녀들인지 어떻게 저리 잘할꼬. 집에 가서 부모님도 그려드리라는 미션을 주셨고 가져오는 사람에는 소정의 간식 선물 그리고 오늘 작품은 미술부장인 000에게 내라는 말씀을 끝으로 수업을 마치셨다.


  수업 후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아들을 만나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니 알듯 말듯 씩 웃고 교실로 들어간다. 운동장으로 나오니 내 차외 몇 대 밖에 남지 않았다

차에 오르면서 아들이 오지 말라고 하고 다른 어머니와 통화에서 중학교 공개수업은 많이 안 간다 하여 가지 말까 고민했던 것이 어리석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개수업에 온 게 참 잘 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 왔다면 느끼지 못할 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말이다. 오늘 못 오셨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같은 반 학생 어머니께는 아이의 용그림 작품을 사진으로 보내드렸다. 그러자 감사하다면 다음에는 가야겠다는 답장을 주셨다.


집에 와서 오후에 볼일을 보고 들어오니 친정엄마가 오늘 아들에게 엄마 와서 좋았니라고 물으니 네 하는데 표정을 살피니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남중학교 참관수업은 신선한 경험이었고 내년에도 또 참관하여 훌쩍 자란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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