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없는 인생 Ep.1

나는 왜 기계공학을 선택했나

by 설계도 없는 인생

수학, 우주, 그리고 파피용

중학교 때, 내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시험을 보면 웬만해선 100점이거나, 기껏해야 한 문제 틀리는 정도였다.
문제를 푸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상황은 좀 달라졌다.
대학을 가기 위해 믿을 수 있는 과목은 결국 수학뿐이었다.

국어 수업은 지루했고, 영어는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문법은 그냥 외웠고, 그마저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수학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은 훨씬 어려웠고, 1~2학년 때 나의 등급은 평균 3등급 정도.
특출 나지도, 아주 못하지도 않은 애매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수능 수학 가형에서 상위 92%, 2등급을 받았고 내신보다는 수능 성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그 당시 내 수능 등급은 국어 4등급/수학 2등급/영어 4등급/물리 1 3등급/화학 1 2등급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부경대나 해양대에 원서를 넣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선택했다.


사실, 처음부터 기계공학부를 생각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지금은 줄거리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책을 읽고 ‘우주로 나가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에는 항공우주공학과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항공우주는 그렇게 인기 있는 과는 아니었다.

부산대 하면 기계공학과와 조선공학과가 알아준다는 말을 들었고, 기계과를 가면 항공이나 우주 쪽 일도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 점수로는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인원을 많이 뽑았고 “예비 100번 안에만 들면 붙을 수도 있다.” 말을 들었다. 당시 예비 20번대 이내에 들었고, 결국 합격했다.


그 선택이 지금은 선임 연구원이 된 내 인생의 시작이었다. 명확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철저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학을 좋아했고,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은 채 나는 기계공학도로 입학했다. 설계도는 없었지만, 인생은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계공학부에 합격을 한 후 대학교가 어떤 곳인지 기계공학부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된 건 예비대학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예비 대학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에 대한 환상은 가득했고 새내기 대학생의 파릇파릇한 캠퍼스 라이프라는 기대했지만 예비 대학에 참여한 순간 나의 환상은 와르르 무너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