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2025-05-16

바지락 게임

by 조영빈


매년 5월에 바지락에 살이 오르면 바지락을 캐러 간다. 초보자들은 막 바지락을 캐지만 고수들은 그렇지 않다. 단지 길이 열릴 때를 기다릴 뿐이다. 길이 열릴 때쯤 쉬고 있던 노인 분들이 단체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에 살짝 잠긴 땅을 밟으며 이동할 때의 모습은 한 대륙을 건너가는 모습 같았다. 바지락을 캐다가 무릎과 팔이 서서히 저려오기 시작할 즈음,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쉬엄쉬엄 잡아 재미로만 “이라고 말씀했지만 길이 열린 동안 사람들은 묵직한 갯바위처럼 요동치지 않았다. 지난날의 노동은 현재의 놀이가 되었다. 노동과 놀이의 경계는 세월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나갔다. 마치 청사진처럼